현재 왕인 라마 9세 푸미폰 아둔야뎃(74)의 할아버지로 1868년 왕위에 올랐다. 지식인과 왕족의 유학을 장려했으며 교통, 행정, 사법, 우편, 철도를 정비하는 등 영국과 프랑스의 압박에서도 근대화를 이뤘다. 태국인들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이유는 1905년 노예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방콕 '두싯' 지역은 라마 5세가 유럽을 방문한 후 왕실을 위해 새롭게 만든 공간이다. 태국의 전통적 색채와 유럽 양식이 혼합된 곳으로 궁전과 사원, 공원, 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1982년 현 왕비인 씨리낏에 의해 박물관으로 개조돼 일반에게 공개됐다. 팔각형 4층 건물에는 침실, 국왕실, 욕실 등을 포함한 31개 전시실이 있다. 라마 5세 사진, 개인소장 예술품, 공예품은 물론 은, 세라믹, 크리스털 공예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방마다 놓인 사진으로 태국의 100여년 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120~30년 전까지는 여자들도 모두 단발을 해야했다는 사실, 중국인이 태국에 30% 가까이 분포한 이유 등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라마 5세가 공식적으로 결혼한 부인은 4명이지만 정을 통한 여인은 100명이 넘는다는 등의 뒷이야기도 가득하다.
태국 전역에서는 제비뽑기를 통해 선정된 군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왕실이 몰린 두싯에서는 군인들의 경비가 더욱 삼엄하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흐르는 것은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군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일 뿐 위압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들의 표정과 행동이 경직되지 않은 덕이다.
라마 5세의 향기를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라마 5세 동상'과 '쭐라롱껀 대학'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라마 9세가 라마 5세에 대한 존경심으로 만들었으며 사령관 복장에 기마 자세를 취한 동상 앞에는 향을 피우고 묵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쭐라롱껀 대학은 태국 제1의 명문 대학으로 라마 5세의 이름인 쭐라롱껀을 따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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