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미연' 진세연, 그런데 하지원처럼 되고파

기사등록 2011/04/02 08:05:00 최종수정 2016/12/27 21:57:42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 동녀(한지혜)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진세연이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jhse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사극의 아역은 스타의 길이라 할 수 있다.

 KBS 2TV ‘명성황후’(2001)에서 ‘명성황후’ 이미연(40)의 아역 문근영(24), ‘천추태후’(2009)에서 ‘천추태후’ 채시라(43)의 아역 김소은(22), SBS TV ‘대망’(2002)에서 ‘박시영’ 한재석(38)의 아역 장근석(24), ‘왕과 나’(2007)에서 ‘소화’ 구혜선(27)의 아역 박보영(21), MBC TV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 ‘미실’ 고현정(40)의 아역 유이(23), ‘만명공주’ 박예진(30)의 아역 신세경(21) 등이 아역 연기를 발판삼아 스타로 발돋움했다.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영롱한 빛을 머금은 진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동녀’ 한지혜(27)의 아역으로 열연한 진세연(18)이다.

 진세연은 SBS TV ‘괜찮아 아빠딸’에 이어 바로 ‘짝패’에 등장, 현대물과 고전물 모두에 어울리는 새침함과 청초함을 지닌 새 얼굴이자 발랄함과 차분함을 제대로 표현하는 이미지라는 호평을 받았다.

 서울 세화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진세연은 1학년 때 우연히 CF모델 제의를 받으며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어요. 사실 제 스스로 내가 해야 얼마나 잘하겠느냐고 의문을 품으면서 하게 된 건데 찍으면서 재미있어 점점 빠져들게 됐죠.”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 동녀(한지혜)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진세연이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jhseo@newsis.com
 진세연은 2009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로드 뷰’, 먹는샘물 ‘슈어’ 등 굵직한 CF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으며 풋풋한 매력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연기 공부에 매진, 2010년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올 7월 개봉할 공포영화 ‘화이트’를 찍었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괜찮아 아빠딸’, 겨울에는 ‘짝패’에 출연했다.

 “아버지께서는 처음에 반대하고 걱정했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하니 허락해주시더군요.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밀어주셨구요. CF에서 제가 크게 나오니까 어머니께서 어찌나 기뻐하시던지요.”

 학교에서 진세연은 ‘제2의 이미연’으로 통한다. 바로 이미연이 이 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끝나고 학교에 가니 선생님들께서 동녀 왔네 하시며 반가워해주셨어요. 드라마 찍을 때 힘든 것 없었느냐고 걱정도 해주시고 잘하라고 격려도 해주시구요. 선생님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서 더욱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전에도 그랬지만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꼬박 꼬박 학교에 가고, 스케줄이 있는 날에도 잠깐이라도 학교에 가죠. 시력이 0.1로 안 좋아서 학교에 가는 날에는 그냥 안경 쓰고 가죠. 원래 옷이나 미용에 큰 관심이 없다 보니 학교 가는 날이 편해요.”

 함께 점심 먹고, 야간 자율학습하며, 연예인 뒷담화하던 친구가 갑자기 스타가 됐을 때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질투하거나 시샘하지는 않을는지….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 동녀(한지혜)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진세연이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jhseo@newsis.com
 “질투나 험담하는 일은 다행히 없어요. 다들 반겨주고 좋아해주죠. 예쁘게 나온다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구요. 그냥 장난식으로 ‘괜찮아 아빠딸’에 함께 출연한 동해, 최진혁 오빠 사인을 받아달라는 일은 있었죠. 하하.”

 ‘짝패’를 한창 찍던 지난 겨울은 초특급 한파가 불어 닥쳤던 때다. 사극이다 보니 야외신이 많았다. 동녀의 한복은 다른 아역들의 그것에 비해 특히 얇았다. “겨울 옷이라 저고리 안에 솜 같은 것을 대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날이 너무 추워서 안에 핫팩 붙이고, 내복 껴입어서 겨우 추위를 견뎠죠. 그런데 방송에 나온 걸 보니 체격이 아주 좋게 나오더군요. 후회했죠. 하하하.”

 동녀는 극중에서 몰락한 양반의 무남독녀였다. 그러다 보니 한복이 기품이 있긴 했지만 퍽 수수했다. “한복은 총 네 벌을 입었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입었던 것보다 더 많이 입은 셈이죠. 화려한 한복을 입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는데 그나마 제 역할이 끝날 때쯤 기생집에 팔려간 신에서 기생 옷을 입으니 화려해서 위안으로 삼았어요.”

 동녀는 아버지 성 초시(강신일)가 역모의 수괴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신분이 노비로 추락해 기생집에 팔려간다. 이때 그녀를 기생집에 팔아 넘긴 자가 바로 아버지의 절친한 후배였던 이 생원이다. 이생원은 동녀를 자신에게 맡긴 윤 초시의 믿음을 배신하고 기생집에 팔아넘긴 것으로도 모자라 첫 손님이 돼 동녀의 순결마저 빼앗으려 했다.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 동녀(한지혜)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진세연이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jhseo@newsis.com
 “이생원이 술잔 따르게 한 뒤 저를 확 잡아 끌 때 몹시 놀랐어요. 대본을 볼 때나 리허설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생원을 맡은 선배님이 녹화 뒤에 어찌나 미안해 하시던지요.”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동녀를 구해낸 사람이 바로 귀동(최우식)이었다. “녹화할 때는 귀동이는 도대체 언제 들어오는 거야 하는 생각뿐이었는데 집에서 방송을 보다 보니 위기의 순간에 귀동이가 등장하더군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제가 지필묵도 주고 잘해준 천둥이가 아니라 제가 늘 쌀쌀맞게 대했던 귀동이가 구해주다니 더욱 고마웠죠.”

 자기 출연분의 클라이막스를 말하는 진세연의 눈에 물기가 촉촉이 어렸다. 그만큼 캐릭터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진세연은 이번 호연을 계기로 주목 받는 차세대 스타군에 포함됐다. 당연히 수많은 작품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차기작에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인가. “짝패에서 당당하고 똑똑하며 자기 주장도 센 역할을 했으니 새로 하는 작품에서는 반대로 착하고 여린 비련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서울=뉴시스】서재훈 기자 = MBC TV 월화드라마 '짝패'에서 동녀(한지혜)의 아역으로 출연한 배우 진세연이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jhseo@newsis.com
 하지만 그녀가 존경하는 소속사(웰메이드 스타엠) 선배 하지원(33)처럼 어떤 역할을 맡든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낼 각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하지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움직임 하나 하나에서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지더군요. 짧은 연기 경험이지만 저도 진심을 담아서 해보려고 하는데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하지원 선배님이 더욱 존경스러워졌죠.”

 진세연은 ‘짝패’에서 현숙했던 동녀가 빙의한 듯 담담하면서도 또렷하게 포부를 밝혔다. “아직 부족하지만 어떤 역할에서든 보는 분들이 제 진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캐릭터에 관해 좀 더 연구하고, 상황을 좀 더 살피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제가 존경하는 분을 어느새 닮아있지 않을까요?”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