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여자' 차수정, 실오라기 한올 안걸치는 명분

기사등록 2010/12/21 11:49:20 최종수정 2017/01/11 13:01:0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벗는다. 전라다. 조명을 최소화 했다고 해도 무대를 뚫어져라 지켜보는 관객들 앞에서 선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다. ‘연기’라고 애써 정당화한다 해도 20대 처녀로서 쉽지 않을 선택을 그녀는 했다.

 차수정(24)이다. 미스코리아와 미스투어리즘퀸인터내셔널 선발대회 출신인 그녀는 키 170㎝에 35-24-34인치의 볼륨감 있는 몸매를 매일 밤 관객 앞에 드러낸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소극장에서 열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연회에서 그녀를 만났다.  

 ‘야하다’, ‘세다’고 소문나면서 숱한 화제를 뿌린 연극이었지만 이제껏 전라는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음악 15곡을 더해 세미 뮤지컬로 변신하면서 제3대 ‘사라’로 낙점된 차수정의 과감한 전라 연기를 더했다.

 “부담이 안 될 수 없죠. 하지만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은 제가 아니라 ‘사라’라고 생각하며 캐릭터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차수정은 작품 속 몇 가지 주요 장면을 실제 공연처럼 보여줬다. 마 교수와 듀엣으로 썩 괜찮은 노래 실력도 보였고, ‘야한 여자’로 출연하는 유하(박안나), 주미리(반선정), 장신애(고아라) 등과 함께 풋풋한 모습으로 댄스도 펼쳤다. ‘전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도 가늠케 했다. 한 마디로 다재다능했다.

 빼어난 미모에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해 기본기도 갖췄으며, 나이도 아직 어린 그녀가 굳이 벗는 연기를 관객들 앞에서 해야할 만큼 절박했을까. 

 “몇 달 전 ‘야한 여자’의 공연을 직접 보면서 마 교수에게 사육되다 사랑으로써 자아를 깨치고, 죽음으로써 마침내 해방되는 ‘사라’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강철웅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라’ 역을 맡고 싶다고 자원했죠”라며 “단순하고 평면적인 연기가 아니라 버라이어티하고 색깔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 힘들지만 행복합니다”고 즐거워 했다.

 차수정은 20여 일 전부터 대본 연습을 시작해 지난 주말 리허설식 시범 공연을 가졌다. 신예로서 처음 치르는 강행군에 노출이라는 정신적 부담감까지 겹쳐 입안은 다 헐었다. 게다가 밀실 장면에서 밧줄로 천장에 매달리는 연기, 짐승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연기, 마 교수에게 교살되는 연기 등을 하면서 온몸 구석구석 상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온몸을 불사르고 연기하건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보니 서운할 수도 있다.   

 “노출을 앞세워 뜨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며 “노출신도 제대로 해야만 그런 오해를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관객들이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잊을 수 있더군요”라며 전라 연기의 부담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벗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어차피 연기를 하다 보면 그런 연기를 해야 할 경우가 있게 마련’이라고 격려해주셨어요. 하지만 차마 아버지에게는 얘기하지 못하겠더군요”라면서 “기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서 좋게 알려지는 것이 덜 불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도 했다.

 시연회에서 차수정은 T팬티를 입었다. 상체만 노출했다. 강철웅 연출은 “실제 공연에서는 차수정이 전라 연기를 한다. 대신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CCTV로 객석을 지켜보면서 차수정의 프라이버시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세미 뮤지컬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내년 1월말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극장에서 공연한다. 02-74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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