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은 가장 큰 난제로 꼽힌 자동차 문제를 놓고 양국 정부가 합의에 도달하면서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됐다.
당초 양국간 승용차 관세의 경우, 한국은 모든 미국산 승용차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은 3000㏄이하는 즉시철폐·3000㏄ 초과는 2년동안 균등철폐키로 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측 관세 즉시철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미국측 관세를 8~10년 연장할 것을 요구해 추가협상 초기에 난항을 겪은 양국 정부는 결국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상호 4년 후 관세를 일괄 철폐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2012년 1월1일부터 관세 2.5%를 발효한 후 4년 동안 유지하다 2016년 1월1일부터 관세를 철폐한다. 한국은 발효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하고 4년 동안 관세(4%)를 유지한 뒤 2016년 1월1일 철폐한다.
전기자동차 부문에서는 한국이 발효일(2012년 1월1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하고 한국(4%)과 미국(2.5%)이 모두 4년 동안 균등 철폐키로 했다.
당초 전기자동차 관세철폐는 양국 모두 9년간 균등철폐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추가협상을 통해 양국 모두 전기자동차 관세(한국 8%, 미국 2.5%)를 9년간 철폐에서 4년간 철폐로 단축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관세철폐 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 한·EU FTA에서도 전기차 관세는 상호 5년간 철폐로 규정된 점을 내세웠다. 또 우리 자동차업계의 생산능력이나 보급계획을 감안한다면 2015년까지 경쟁력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순수전기차 '블루온' 500대 양산을 시작으로2012년부터 전기차 대량생산에 돌입한다. 전기차 배터리, 모터 등 부품에 대한 기술개발과 충전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산업기반이 2015년을 전후로 가능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국정부는 미국산 화물자동차 관세(25%)를 당초 9년간 균등철폐 입장을 유지하는 대신, 발효 7년경과 후인 2019년1월1일부터 균등관세 철폐로 관세철폐 방식을 변경한다.
정부는 화물자동차의 대미 수출실적(2007~2009년)이 110만달러로 미미한 만큼 이번 수정협의가 상업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치권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기존 합의문 수정요구가 워낙 강해 합의문 수정이 불가피 했다"며 "하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관세철폐기간을 맞췄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한·미 FTA에 규정된 일반 세이프가드 외에 자동차에 한정된 새로운 세이프가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의 승용차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4년간, 화물자동차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7년간은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이 불가능하다. 또 세이프가드 조치 후 최소 2년동안 무역보복을 금지토록 했다. 이는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서 규정한 보복금지기간 3년보다는 1년이 짧은 것이다.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한국산 자동차의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만에 하나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2.5%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8%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판매량이 2만5000대 이하인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서는 미국 안전기준을 준수할 경우 한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는 동등성을 부여키로 했다. 이는 종전의 한도기준인 6500대 이하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번 안전기준 합의는 한국내 시장 점유율이 0.5% 수준인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 수출용으로 제작한 차량을 우리나라 기준에 적합토록 별도로 개조하 부담이 과도하다는 미국측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2012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연비/CO₂기준에 대한 미국의 환경기준완화 요구도 우리 정부측이 수용했다. 이는 소규모 제작사에게 최소한의 시장접근을 보장해 주기 위해 환경기준을 완화해주는 미국, EU, 캐나다, 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한 결정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는 자동차 평균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및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의 경우 2009년 한국내 판매량이 4500대 이하인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19%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양국은 2016년 이후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로 협의키로 했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이산화탄소와 연비기준은 당초 FTA와 관계가 없다. 그래서 미측과의 합의도 FTA와 별도로 정리하기로 했다"며 "실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시장에 진출한 미국산 자동차는 사실 많지 않다. 그것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이 EU 자동차다. 유럽 쪽에서도 그 부분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정부측에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는 대신 돼지고기 관세철폐 연장 등 국내 축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핵심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당초 2014년 1월1일부로 관세철폐 예정인 돼지고기 품목(냉동 기타(목살, 갈비살 등) HS 0203299000)의 관세철폐 시기를 2년 연장한 2016년 1월1일로 조정한다. 이들 품목이 대미 돼지고기 총 수입액의 67%(1억7000만달러)에 달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관세철폐를 2년 더 늦춤으로써 국내 축산업계의 피해를 2년 더 유예한 셈이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한·미 FTA 협성장 복제의약품 시판허가와 관련도니 허가·특허 연계의무 이행을 3년 유예키로 합의했다.
또 기업내 전근자 비자(L-1) 유효기간도 연장한다. 한국기업의 미국내 지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L-1)의 유효기간은 지사 창설시 1년에서 5년으로, 기존 지사 근무시 3년에서 5년으로 각각 연장된다.
김 본부장은 "우리의 일방적인 양보라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 할 수 없다"며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p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