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군대 잊어라! 예비역 김 병장 들으면 뒷목 잡겠지?

기사등록 2010/10/03 09:42:39 최종수정 2017/01/11 12:33:49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요즘 논산훈련소에 가면 훈련병들은 자신들이 먹은 식기를 집적 설거지 하지 않는다. 한 내무반에 수십명이 칼잠을 자는 모습도 볼 수 없다.

 한겨울 꽁꽁 언 전투화를 신고 훈련을 하고, 찬물에 손 담가가며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하던 모습은 이제 예비역들의 추억 속에서나 꺼내볼 수 있다.

 군복무 기간이 줄면서 소위 할아버지, 손자 군번이 사라졌듯 요즘 군대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다. 그중 제대한 김 병장이 들으면 뒷목 잡을 만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설거지 걱정 끝! 식기세척기 보급

 군대에서 자기가 먹은 식기는 자기가 설거지한다는 말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 군대에도 식기세척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식기 세척용 세제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빨래 비누를 풀어서 닦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찬물에 손 담가가며 씻을 필요도 없게 됐다.

 이미 훈련소와 최전방 부대에 보급돼 시범 운용되고 있으며, 내년도에는 모든 부대에 식기세척기를 보급할 수 있도록 군은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더욱이 관리를 민간업체에서 맡아서 해준다니 혹 고장이라도 날까 애지중지하며 제대로 사용한번 하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젖은 군화 신어 말어…전투화건조기로 고민 해결

 군생활을 하면서 장병들의 속을 가장 썩이는 것을 꼽는다면 아마도 전투화일 것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잦은 훈련과 근무 등으로 축축해지기 일쑤고, 땀 배출이 잘 되지 않아 냄새는 물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냥 신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휴가 때 신으려고 고이 모셔둔 'A급' 전투화를 꺼내 신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군은 군화건조기 2700여대를 구매하는 예산을 편성해 전방부대부터 차례로 보급할 계획이다.

 군화건조기는 캐비넷 모양으로 군화 건조는 물론 살균과 탈취기능까지 갖췄다. 젖은 군화를 건조기에 넣고 말리기만 하면 군생활 내내 뽀송뽀송한 전투화를 신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맛없는 전투식량은 가라! 입맛 따라 즐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체력은 국력이다. 강한 전투력은 '밥심'에서 나온다.

 초기 우리 군의 전투 식량도 다른 물자와 마찬가지로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군의 전투식량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레토르트 파우치 형태의 전투식량이 개발돼 보급되기 이르렀다. 메뉴도 한국인의 식단에 맞춰졌지만 맛을 기대할 수 없었다. 또 이를 먹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이 필요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새로운 형태의 전투식량이 군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물과 불이 필요 없는 '즉각취식형'이다.

 식단도 쇠고기 볶음밥, 김치볶음밥, 햄 볶음밥, 김치비빔밥, 채소비빔밥, 잡채밥, 케이크, 초코볼 등으로 다양하고 맛과 영양까지 더했다.

 미래에는 먹지 않고 붙이는 첨단 전투식량도 나올 전망이다. 전투시 장병들이 몸에 패치 형태로 부착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군은 2025년까지 이러한 패치형 전투식량을 개발할 계획이다.

 ◇퇴역 앞둔 '깔깔이', '맛스타'…세련된 변신을 기대하라

 장병들은 제대하는 순간 자신이 근무한 부대가 있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이같은 생각도 잠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군대에서 사용했던 보급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그중에 으뜸은 단연 '깔깔이'가 아닐까 싶다. 정식명칭은 방한내피 상의. '깔깔이'라고 말하면 이제는 일반인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번이라도 그 보온성을 경험했다면 추운 겨울 깔깔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점차 군대에서도 깔깔이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은 보온 기능을 향상시키고 방수와 투습 기능까지 갖춘 방한복을 개발해 깔깔이를 대체할 계획에 있다.

 전군의 대표 음료 '맛스타' 역시 퇴역을 앞두고 있다.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모든 장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이 철제 캔음료는 알루미늄 재질로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요즘 군대 이 정도야

 이밖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탈수기만 있던 부대에 드럼세탁기가 보급되고, 이제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부대도 있다.

 돌아눕기조차 버거워 칼잠을 자던 내무반 침상은 침대형으로 바뀌고 있고, 모포와 포단으로 대표되던 침구류도 다양해졌다.

 셋톱박스를 갖춘 인터넷TV로 때를 놓친 드라마나 가요프로그램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장병들이 PC와 게임기를 즐기는 모습은 익숙하기까지 하다.

 이와 함께 장병 개개인에게 보급되는 각종 장구류도 신세대 장병들의 체격에 맞게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ohj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