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감독 '요술' 듣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사등록 2010/06/08 19:57:55 최종수정 2017/01/11 11:59:17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관객들이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공연을 본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감독 구혜선(26)이 8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장편 연출 데뷔작 ‘요술’(제작 YG엔터테인먼트) 시사회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며 “고민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첼리스트 송영훈씨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공연을 보고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배우 생활을 하다가 감독을 해서 많은 분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스태프들은 작품을 만드는 데만 심혈을 기울여줬다”며 “괜한 자격지심에 어려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해 작고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전 대표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정 대표 때문에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고, 스태프들과도 같이 단편영화 작업을 했다. 또 그때 스태프가 뭉쳐 ‘요술’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 때문에 알게 된 이준익 감독도 촬영장을 방문해 응원도 많이 해주고 까불지 말라고 혼도 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요술’은 예술학교를 배경으로 젊은 음악가들의 음악 열정과 경쟁 그리고 미묘한 3각관계를 그렸다. 음악대회를 앞두고 반주자 지은(서현진·25)을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정우(김정욱·30)와 명진(임지규·32)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지은이 작곡한 ‘요술’의 첫 번째 악보의 행방을 두고 세 친구는 사랑과 우정, 열등감과 무력감을 오간다.

 절대음감을 지녔지만 성격이 모난 천재 첼리스트 정우를 연기한 김정욱은 “첼로 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10년이 걸린다고 하던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다”며 “첫 영화인데 못하면 실망스러운 모습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구 감독이 문자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줘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정우에 가려 빛을 못 보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한 첼리스트 명진을 연기한 임지규는 “다른 작품에서는 항상 유약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성장할 지점에서 항상 끝났는데, 이번에는 음악적 재능이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점을 보여 매력이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정우와 명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피아니스트 지은을 연기한 서현진은 “지은이는 사춘기 한가운데를 지나는 친구”라며 “말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간접적으로 표현을 했다.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을 뿐인 안타까운 주인공”이라고 캐릭터에 몰입했다.

 서현진은 구 감독의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에도 출연했다. “친구의 친구의 소개로 술먹는 자리에서 많이 보다가 친구가 됐다”며 “구 감독은 다독여가면서 촬영을 해주는 감독”이라고 추어올렸다. 구 감독도 “서현진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재주가 많다”면서 “이제 서현진은 낚였다.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이명세(53), 이와이 순지(47) 감독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구 감독은 “앞으로도 소녀 감성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며 “장르는 계속 멜로를 하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예술학교의 젊은 음악가들이라는 설정으로 클래식 연주와 민요 ‘아리랑’의 퓨전 버전, 1984년 요절한 가수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의 아카펠라 등도 영화를 타고 흐른다. 24일 개봉한다.

 agac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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