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남자, 입은 여자…'그리스의 신과 인간' 조각전

기사등록 2010/04/30 18:57:00 최종수정 2017/01/11 11:46:19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원반 던지는 사람’은 우아한 나신의 운동선수가 원반을 던지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 대리석 조각상이다.

 기원 후 2세기에 만들어진 이 상은 로마시대의 것으로 그리스의 조각가 미론이 기원 전 5세기 무렵에 만든 청동상을 복제했다. 현재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과 이탈리아 로마국립박물관에 대리석으로 모방해 만든 작품이 각각 남아있다.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원반 던지는 사람’이 들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5월1일 기획전시실에서 세계문명전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개막한다. 영국박물관 소장품 136점을 빌려와 펼치는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 신소연 학예연구사는 30일 “‘원반 던지는 사람’ 상의 몸과 팔다리의 자세와 위치는 그리스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균형감과 리듬감에 따라 설정됐다”며 “특정한 한 시점에서 바라볼 때 감상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물관은 ‘원반 던지는 사람’을 한 바퀴 돌며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신 연구사는 “여러 방향에서 바라봤을 때도 나름의 감상 효과가 있다고 봤다”고 귀띔했다. “작품의 세부 모습을 확대한 촬영, 작품 뒤쪽 스크린에 영상으로도 비춘다”고 전했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불멸의 제우스를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제우스상도 눈여겨 볼만하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산의 신들 위에 군림하고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다. 신 연구사는 “제우스상이 손에 들고 있는 왕홀(王笏)과 번개는 지배력과 파괴력을 상징한다”며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에서 나폴레옹이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 제우스상을 딴 것”이라고 알렸다.

 전시는 4부로 이뤄진다. 고대 그리스의 미술품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본주의 사상을 조명한다.

 1부 ‘신, 영웅 그리고 아웃사이더’에서는 그리스의 신과 신화를 다룬다.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스인이 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헤라클레스는 신체적 단련과 운동을 중시한 고대 그리스인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2부 ‘인간의 모습’은 그리스인의 모습과 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한 신체란 무엇인지 살핀다. 신 연구사는 “그리스 미술품에서 남성은 맨몸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성은 옷을 입고 있다”며 “활동적인 남성의 삶과 폐쇄적인 여성의 삶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조각과 도기에 표현된 인간의 모습을 통해 균형, 리듬, 비례를 중시한 그리스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올림피아와 운동경기’에서는 고대 올림피아의 성소를 비롯해 당시 운동 경기와 선수의 면면이 드러난다. 고대 그리스의 각종 경기는 전쟁을 위한 훈련의 하나로 신체 단련은 사회적 의무였다. ‘원반 던지는 사람’을 위시로 조각과 도기에 재현된 여러 경기 장면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통해 건전한 정신을 추구한 고대 그리스의 사상을 체험할 수 있다.

 4부 ‘그리스인의 삶’은 탄생과 성장, 결혼 그리고 전쟁과 죽음이라는 그리스인의 삶의 여정을 조명한다. ‘탄생, 결혼 그리고 죽음’, ‘성과 욕망’, ‘인물과 사실주의’ 등 3가지 주제다. 신 연구사는 “그리스 초기 미술이 인간의 유형을 일반화시켜 주로 지배계급의 가치를 재현했다면, 후기 미술은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을 표현한다”고 풀이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영토 확장과 정복사업으로 인해 다양한 종족과 교류한 결과다.

 영국박물관의 이안 젠킨스 박사는 “미술과 건축, 희곡, 철학 그리고 과학에서 그리스인들의 경험은 인간성에 대한 서구적 개념들의 기반을 형성했다”며 “그리스 미술은 당시 그리스인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고뇌를 사실적 묘사와 관념적 표현을 통해서 전달한다”고 짚었다.

 전시는 8월29일까지 계속된다. 5000~1만원. 02-2077-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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