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이 없다보니 7월로 예정된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른 노동계 총파업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총은 지난 2월 19일 이수영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회장 추대위원회를 꾸렸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차기 회장을 하겠다는 인사가 없어서 두 달여가 지나도록 회장 선출을 위한 공식 회의나 후보군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노조 문제만 따로 떼어 내 탄생한 조직이라는 태생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회장은 전체 경영계를 대표해 노동현황을 풀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치력과 연륜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재계와 노동계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 중 회장을 선출했던 이유다. 또 노동계와도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
이 같은 부담을 끌어안아야 하는 자리다 보니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개를 대표해 노동계와 협상을 해야 하는 카운터 파트너인 경총이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어 재개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반면 민노총은 7월 시행되는 개정 노동법 무력화를 위해 이달 말 총파업을 선언한 상화이다. 노동계와 심각한 마찰이 표면화 된 만큼 더 이상 회장 선출을 미룰 수도 없다. 노사정은 현재 노조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앞뒤 봐줄 처지도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3일 “당장 노동계 춘투가 예정된 상황에서 재계의 노동 현안을 풀어야 할 경총의 수장 자리가 비어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노동계의 공세에 맞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할 신임 회장을 하루빨리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사래’ 치는 부회장단…박승복 회장, 심갑보 부회장에 '기대'
재계는 현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남용 LG전자 부회장·허동수 GS칼텍스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이석채 KT 회장·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강덕수 STX 회장 등 부회장단은 차기 회장에 나설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전체와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게 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다 지난해 12월 초 현대·기아차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단계별 시행 카드를 꺼내든 경총에 반발해 탈퇴한 것도 부담이다. ‘외부의 적’도 힘든데 내부에서 이해관계 조정 역할까지 해야 하는 부담까지 끌어안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경총 탈퇴 이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경총에 대한 불신감이 여전하다. 자칫 CEO가 회장을 맡게 될 경우 대기업간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경총은 이수영 회장이 임시 대표를 맡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후임 회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영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해 그동안 실추된 이미지도 개선할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회장 추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복 샘표 회장이나 심갑보 삼익THK 부회장이 차기 회장을 도맡아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총 관계자는 “(회장 선임을 위한) 이렇다 할 윤곽이 아직 안 나와 할 말이 없다. 노동계 현안도 있어서 어서 빨리 회장 선임을 할 계획”이라며 “추대위에서도 계속 노력 중인만큼 조만간 회장 선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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