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품질경영’을 직접 챙기며 그룹을 이끌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더욱이 12일 이사회에서 현대차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될 가능성도 있어 정 부회장의 보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1일 현대·기아차 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토요타 사태로 촉발된 자동차 품질 문제를 그룹 차원에서 살피기 위한 후속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품질과 영업 관련 본부장(사장)들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 인사는 “정의선 부회장 주재로 11일 오전 (자동차 품질 관련) 회의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가장 큰 현안으로 급부상한 토요타 리콜사태로 촉발된 품질 문제에 대한 그룹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을 정몽구 회장이 아닌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의 후계 구도에 가시적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품질경영’은 그동안 정몽구 회장 주도하에 진행돼 왔다. 지난 2월 초 토요타 사태로 품질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정 회장이 품질경영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발언 이후 세부적인 실행방안이나 대응책 마련을 아들인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제네바 모터쇼에서 리콜이 두렵지 않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아차에서 디자인과 품질을 앞세운 경영으로 자신감을 얻은 정 부회장이 12일 주총 이후 더욱 공격적 행보를 하며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그늘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받은 정 부회장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기아차에서 거둔 성공적 경영을 토대로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12일 예정된 현대차 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이 확정적인 정 부회장은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현대차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그룹 고위관계자는 11일 “12일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경영 구도에 변화가 올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를 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독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공동대표로서 현대차는 물론 그룹 전체를 책임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12일 주총에서 신임 등기이사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차의 등기 이사진은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양승석 사장, 강호돈 부사장 등 4명으로 재편된다.
현대·기아차 그룹 주력 계열사 3사의 등기이사 자리에 오르며 위상과 권한이 강화된 정 부회장이 향후 어떤 경영 성과를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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