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낮12시부터 2시30분까지라서 막바지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45㎡(15평)남짓 되는 공간에서 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삐 움직였다.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김수희 원장을 어렵사리 찾을 수 있었다. 모두들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 쉽사리 분간할 수가 없었다.
식당 안에서 김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장은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바쁘게 식판을 나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앞치마를 두른 채 기자에게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하고 주방 건너편에 있는 조그마한 사무실로 안내했다.
김 원장은 "현 시대에 가장 소외된 계층을 찾던 중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다음 해인 88년 5월 공동체가 결성돼 식당을 할 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 제기 1동 381번지에 11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하면서 프란치스꼬의 집 노숙인 식당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꼬의 집은 92년 5월11일께 제기동 793번지 4층 건물을 새로 구입했다.
그는 이어 "여기 오시는 자원봉사자들 10%가 개신교, 10%가 종교가 없는 사람들, 10%가 불교 그리고 나머지가 천주교 신자들"이라며 "봉사자들은 38개 팀 총 380명 정도가 1년 간 계속 번갈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씩 10~15명이 봉사를 하신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란치스코의 집에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이들은 많지만, 자리도 비좁고 이미 정해진 팀이 있어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란치스코의 집에는 지난 20년간 평균 250일간 250명이 왔고, 20년 총 이용자 수만 무려 125백만 명이 다녀갔다.
최근 들어 노숙자의 수는 더욱 많아지고 후원금은 줄어들고 있어 점심배급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원장은 "교황청이나 국가의 지원 없이 운영한다"며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성금이 줄어들고, 노숙자는 지난 연말부터 오히려 많이 늘었다. 보통 300여명 정도 왔었는데. 지금은 400여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에 방문하는 노숙자들은 급식을 하지 않는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에는 380여명, 목요일은 360여명이 찾는다.
김 원장은 "하루 급식비용만 50~60만 원 정도가 든다. 쌀값이 20만 원, 부식비 20만 원, 고기 생선이 20만 원 정도 든다"며 "비용으로 따지면 하루에 240~250여명 와야 하는데 300여명 이상 오고 계시다"고 말했다.
그는 "성금규모는 한 달 평균적으로 개인이 총 300만 원, 단체가 400만 원 정도 해 주시고 부족한 건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본부에서 2억 지원 받은 걸로 쓴다"며 "부족하지만 다행히 잘 쓰고 있다"고 현재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김 원장이 걱정하는 건 비용이 아닌 노숙자들의 자립 문제였다.
김수희 원장은 "노숙자들이 상담을 우리와 상담을 거쳐 종로나 후암동, 영등포에 있는 쪽방으로 올려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길거리로 나온다"며 "이들이 자립을 해야 하고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여력이 없어) 밥만 제공하고 있는 형편이다"며 아쉬워했다.
프란치스꼬의 집에서 3년 간 자원봉사를 해 온 개인봉사자 서정호씨(56)도 "이 곳에서 3년 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노숙자들하고 같이 있으면서 싸우고 다투며 친해졌다. 이제는 날 보면 형님이라고 부르며 웃고 좋아한다"며 "사실 이제는 조금씩 이들에게 단순히 밥을 제공하는 걸 넘어 이들이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일을 하는 건 내 삶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바뀌기 바라는 맘 보다는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 같은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희 원장은 "서소문동에 신부님이 하는 쪽방이 있다. 혼자 쪽방에 가면 이들이 자립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단체로 쪽방생활을 시킨다"며 "공동생활을 시키고 밥도 같이 먹도록 하고, 일거리도 찾아주고 저축도 시키고 있다. 이런 부문들이 잘 이뤄져야 실패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제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데이센터(주간 쉼터)'를 운영하려는 이유도 노숙자들에게 자립에 보다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주간 쉼터는 올 3월에 건물 2층에 오픈될 예정이다. 노숙자들이 낮에 와서 책도 보고, 상담도 하고, 장기도 두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김 원장은 "데이센터의 핵심은 노숙자들의 자활이다. 이걸 하게 되면 상담전문가도 필요하고 관리도 해야 한다"며 "우선은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운영을 하다가 자료를 가지고 시청에 도움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에 따르면 주간 쉼터는 기존에 있던 시청에서 지원을 해 주는 밤 쉼터와는 다른 개념으로 과거에 없었던 형태다. 밤 쉼터의 경우 저녁7시에 들어가 아침 7시면 노숙자들이 나가야 돼 낮에 쉴 곳이 없어진다. 추운 겨울에는 더 필요한 쉼터라고 할 수 있다.
김수희 원장은 "프란치스꼬의 집은 로마 교황청 소속 수도회 프란치스꼬 성인의 영성(영적인 삶)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만든 재단에 속한 수도회 수사들이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급식과 진료, 이발, 목욕, 세탁 등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지만 노숙자 자활에 관심을 가지고 종합복지 형태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마지막 말에는 영성(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여유로운 미소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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