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식재…자연천이 교란, 인위적 경관녹화
초지 보전·복원…종다양성, 수분함양, 탄소저장 기여
유럽은 경관직불제, 보호구역 지정 등으로 초지보전
백중제, 진드기 구제…오름에서 사라지는 목축문화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동검은이오름 답사에서 사면에 인위적으로 식재한 때죽나무를 확인했다. 2026.05.24.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02141104_web.jpg?rnd=20260520234430)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동검은이오름 답사에서 사면에 인위적으로 식재한 때죽나무를 확인했다. 2026.05.24. [email protected]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산이나 관광지가 아니다. 오름은 화산섬 제주의 지질을 보여주는 지형이자 초지와 숲, 곶자왈과 습지, 마을과 목장이 이어지는 생태의 거점이다. 또한 산담과 잣성, 신앙과 설화, 4·3의 기억, 군사유적 등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다.
오름연구소 올(兀)과 함께 오름을 걷고 의미를 밝히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탐사는 단순한 탐방을 넘어 오름의 지형·식생·기후·경관·역사·문화유산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익숙한 풍경 너머에 있는 변화와 훼손, 보전의 과제도 함께 살핀다.<편집자 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동거문오름·거미오름) 북쪽 사면에서 뜻밖의 장면이 확인됐다. 초지 사면을 따라 어린 때죽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심어졌다. 삼발이 지주목을 세운 모습은 자연적으로 들어온 어린나무가 아니라 인위적인 식재임을 보여준다.
때죽나무는 제주에서 자라는 자생 수종이다. 문제는 수종이 아니라 초지경관이 드물게 남아있는 오름 사면에 나무를 심은 것이 적절했는가에 의문이 생겼다.
확인 결과 제주시에서 추진한 '큰나무 공익 조림사업'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때죽나무 1100그루를 심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름 초지 일부가 경관녹화 대상지로 편입된 것이다.
지난 9일 동검은이오름을 답사하면서 현장을 확인한 오름연구소 올(兀) 사무국장인 좌명은 박사는 "인공 식재 중심의 단순림 확대보다 지속 가능한 초지 오름 관리와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혼효림의 유지·관리가 필요하며, 획일적인 식재 정책은 오히려 오름 고유의 경관과 자연 천이 과정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인공식재, 자연천이와 초지경관 교란
제주의 오름 가운데 해발 600m이하에 위치한 오름은 방목, 화입, 초지, 화산지형이 중첩된 생태계다. 오랜 기간 유지했던 초지는 양지성 초본식물, 나비와 벌 같은 수분매개 곤충, 풀밭을 이용하는 조류와 소형동물의 서식처다.
오름의 부드러운 능선과 분화구 윤곽, 사면의 곡선미도 초지가 있을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공식재나 자연천이 등으로 초지가 사라지면 생태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오름 특유의 지형미와 경관적 정체성도 함께 가려진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하늘에서 본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 2026.05.24.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02141103_web.jpg?rnd=20260520234243)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하늘에서 본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 2026.05.24. [email protected]
오름연구소 올의 한 연구위원은 "오름 능선까지 공원 조경하듯 비슷한 수종을 줄 맞춰 심는 방식은 오름을 살아 있는 생태계가 아니라 '녹화 실적 공간' 정도로 취급해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자연 천이로 숲이 늘어나고 있는 오름에까지 무리하게 식재를 확대하는 일은 생태 복원이 아니라 생태 교란에 가깝다. 또한 초지를 초지답게 남겨두는 것 역시 중요한 보전이라는 것을 더 늦기 전에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오름은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인공림 조성과정을 겪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치산녹화사업 과정에서 민둥산으로 보이던 오름에 삼나무, 곰솔, 편백 등이 대량 식재됐다. 이로 인해 상당수 오름은 능선과 굼부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에 덮였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는 14개 오름에서 인공림 조림이 이뤄졌다.
이 시기의 조림은 당시의 시대적 필요가 있었다. 헐벗은 산지를 빠르게 녹화하고 토사 유출을 막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도심에서는 나무심기가 기후위기 대응과 생활환경 개선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오름에서는 무분별한 식재보다 기존 생태계와 경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더군다나 조천읍 거문오름에서는 종다양성 등 생태계 회복을 위해 인공식재된 삼나무를 단계적으로 베어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간벌 효과도 확인됐다. 거문오름에서 2016년 삼나무림을 간벌한 뒤 모니터링한 결과 간벌지는 미간벌지보다 식물 종풍부도와 종다양도가 높게 나타났고 자연림과 유사한 식생 회복 경향을 보였다. 인공림을 그대로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오름의 고유한 식생과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오름 인공림 제거, 생태계 회복
이 시기의 조림은 당시의 시대적 필요가 있었다. 헐벗은 산지를 빠르게 녹화하고 토사 유출을 막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도심에서는 나무심기가 기후위기 대응과 생활환경 개선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오름에서는 무분별한 식재보다 기존 생태계와 경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더군다나 조천읍 거문오름에서는 종다양성 등 생태계 회복을 위해 인공식재된 삼나무를 단계적으로 베어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간벌 효과도 확인됐다. 거문오름에서 2016년 삼나무림을 간벌한 뒤 모니터링한 결과 간벌지는 미간벌지보다 식물 종풍부도와 종다양도가 높게 나타났고 자연림과 유사한 식생 회복 경향을 보였다. 인공림을 그대로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오름의 고유한 식생과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동검은이오름. 2026.05.24. ijy788@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1/NISI20260521_0002141111_web.gif?rnd=20260521003235)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동검은이오름. 2026.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초지보전을 강화하는 유럽
2024년 공식 채택한 유럽연합(EU)의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은 2030년까지 훼손된 육상·해양 생태계의 20%를 우선 복원하고, 이후 2050년까지는 훼손된 생태계를 전면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초지도 여기에 포함됐다.
통상적으로 초지를 자연적 공간인 자연초지, 방목 등으로 관리하는 반(半)자연초지, 파종과 경작 등으로 관리하는 개량초지로 구분한다. 반자연초지는 유럽에서 가장 종다양성이 높은 생태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생태학회(ESA) 학술지 에코스피어에 실린 2019년 논문 등 최근 연구들은 반자연초지의 보전과 복원이 생물다양성 회복, 수자원 함양, 침식방지, 토양탄소저장, 수분매개 곤충 보전, 농촌경관 유지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하늘에서 바라본 동검은이오름과 성산곶자왈. 2026.05.24.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02141102_web.jpg?rnd=20260520234130)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하늘에서 바라본 동검은이오름과 성산곶자왈. 2026.05.24. [email protected]
곶자왈 생태계를 탄생한 가치
곶자왈은 숲이면서 동시에 지질이다. 암괴, 균열, 함몰지, 얕은 토양, 지하 공극이 얽힌 용암지형 위에 식물이 뿌리내린 생태계다. 빗물은 용암 틈으로 스며들고, 암괴 사이에는 습기와 냉기가 남으며, 지표의 미세한 높낮이는 다양한 서식처를 만든다. 제주사람들은 곶자왈에서 나무를 얻고, 숯을 만들고, 피신처를 삼았다. 이런 특성에 따라 곶자왈은 산림, 지하수 함양, 생물다양성, 기후 완충, 지역문화가 중첩된 제주 고유의 생태공간이다.
결국 동검은이오름은 단순한 화산체로만 볼 수 없다. 사면은 초지를 품은 문화경관이고 아래로는 생태계 보고인 곶자왈을 낳은 분출구다. 오름 관리는 초지와 숲, 곶자왈을 따로 떼어놓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초지가 숲에 묻히면 오름의 지형미를 잃고, 용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곶자왈의 기원을 놓친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동검은이오름 분화구에서 식생과 문화경관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6.05.24.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02141105_web.jpg?rnd=20260520234635)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9일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동검은이오름 분화구에서 식생과 문화경관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6.05.24. [email protected]
동검은이오름은
탐방로는 문석이오름과 인접한 서쪽 포장길, 북쪽 하도공동목장 포장길, 동쪽 하도공동목장길 등에서 이어진다. 정상부에서는 우도, 성산일출봉, 백약이오름, 다랑쉬오름 등 제주 동부 오름 군락과 해안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9일 답사에서 식물상은 멍석딸기, 찔레꽃, 제비꽃, 솜방망이, 국수나무, 예덕나무, 누리장나무 등 35종을 확인했다. 조류는 두견이, 꿩, 직박구리, 방울새, 섬휘파람새, 큰오색딱따구리 등 10종을 관찰했고 나비는 호랑나비, 제비나비, 왕자팔랑나비, 남방부전나비, 청띠제비나비 등 8종을 기록했다.
동검은이오름과 주변 등 304㏊규모 하도공동목장은 하도축산계가 1975년부터 관리했다. 우마를 방목하면서 운영하다가 2022년에 말 사육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에게 임대했다.
동검은이오름은 대부분 도유지로 하도축산계에서 관리할 때는 300~400마리 소와 말이 오름 초지에서 풀을 뜯었다. 지금은 200여마리가 오름이 아닌 개인 축사에서 사육되고 있다.
하도축산계에서는 공동목장을 임대주기 전까지는 동검은이오름 사면에서 '백중제'를 지냈다. 이 제례는 음력 7월14일에 지내는 목축의례로 축산인들이 모여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고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방언)'를 위로한다.
김성은 하도축산계장은 "여름철에는 소들이 동검은이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로 몰려가서 피서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며 "초지경관이나 백중제, 진드기를 구제했던 시설 등 전통 목축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