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도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 주장한 월가 투자은행 CEO
중국과 사업 이해관계 큰 머스크 테슬라 CEO 지원받아 “적대 정책 안 할 수도”
외교부 대변인 러트닉 지명에 “무역 전쟁은 승자를 낳지 못할 것” 논평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상무부 장관으로 강경 ‘관세론자’를 지명해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무역 전쟁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통상 정책을 담당할 상무부 장관에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한 데 따른 양국 관계의 악화 전망을 분석했다.
러트닉은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겸 투자은행 켄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로 주요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의 ‘고율 관세’ 신념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 루트닉을 지명하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주도하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직접적인 책임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2016년 집권 후 첫 임기 동안 중국에서 수입하는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에는 모든 중국 상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콩대 국제관계학과 도브 레빈 교수는 “러트닉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충성스러운 실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트닉은 미국이 1900년대 초 번영한 이유 중 하나가 관세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트닉은 19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트럼프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면서 상무부 장관으로서 “미국의 모든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다만 러트닉이 중국 상품에 막대한 관세 부과는 강행해도 대중 적대적인 정책을 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지원을 받아 상무부 장관 자리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실세로 활약할 머스크는 중국에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이런 이해관계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케빈 첸 연구원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 매파들과 함께 러트닉이 선택된 것은 상무부의 수출 통제 감독 기능을 감안할 때 미-중 관계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트닉은 중국 제조업 부문, 특히 미국이 이미 생산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관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다만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의 미중 관계 전문가 루샹 연구원은 재무장관 등 주요 경제 통상 직책이 아직 채워지지 않아 미중 무역 전쟁을 단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루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은 이를 적대적 행위로 간주해 양국 관계가 상당히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일 양국간 긴밀한 협력을 촉구하면서 오직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통해서만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신문은 “중국과 미국은 세계의 이익과 인류의 미래, 운명을 고려해야 하며, 세계 평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해야 하며, 세계 통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트닉 지명에 대한 논평 요청에 “미국 내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무역 전쟁은 승자를 낳지 못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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