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일반 살충제로는 퇴치 어려워
"코로나에 이은 빈대 팬데믹 시작돼"
"일종의 집단적인 패닉 발생한 상황"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출몰하던 빈대가 이틀 전 부산에서도 확인되며 빈대 포비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주(13~19일) 전국에서 빈대 발생 신고가 189건 접수됐고, 그중 55건에서 실제 빈대가 확인됐다. 민간 업체에 신고된 건수까지 합치면 총 68곳에 빈대가 나타났다.
빈대 발생 현황을 알려주는 빈대보드 사이트도 이날 오후 기준 서울, 경기, 인천, 충청, 대구, 대전, 강원, 광주, 부산, 울산, 전남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빈대가 1번 이상 출몰했다고 집계했다.
빈대 청정 지역으로 남아있던 부산에서도 지난 21일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첫 번째 빈대를 확인했다. 해당 거주자는 가구를 버리는 등 자가 방역을 했지만, 소지한 물품에서 빈대 1마리가 또 발견돼 신고한 상태다.
실제 빈대는 감염병을 전파하지 않지만, 흡혈 활동으로 사람 피부 등에 가려움을 유발하고 번식력이 강해 일반 살충제로는 방제가 어렵다. 빈대를 한 번 옮으면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이 시민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부산에서도 빈대가 나왔다고 해서 무섭다"며 "코로나19 때처럼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며 빈대가 없어지기를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빈대 팬데믹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빈대 포비아가 사그라들지 않자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하며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도 빈대 발생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대응에도 빈대에 대한 두려움이 시민들의 생활 방식도 바꾸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29)씨는 "원래는 헬스장 회원복을 즐겨 입었다"며 "국내에 빈대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개인 운동복을 챙겨 다니는데 번거로워서 운동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종의 집단적인 패닉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게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것 같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빈대 대응에 관한 보다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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