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펌·경영컨설팅 등 업계 각축전
ESG 공시 2025년부터 의무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다가오는 기업 ESG(환경·사회공시·지배구조) 공시·인증 시장을 놓고 업계 간 시장 선점을 위한 대격돌이 예상된다. 2025년부터 상장사의 ESG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면 이들의 공시 작성을 돕고 제3자 인증까지 해줄 기관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회계 감사를 통해 공시 검증해오던 회계업계부터 ESG 관련 법률 컨설팅을 해온 로펌, ESG 채권을 인증하는 신용평가사, ESG 전문 평가기관 등이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ESG 인증, 회계법인 캐시카우될까
삼일PwC는 딜·세무·컨설팅 관련 ESG 팀들을 제외하고도 ISSB 공시 전담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현재는 전담 파트너 5명을 포함 총 75명으로 조직돼있으며 내년 6월까지 90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정KPMG은 업계 처음으로 관련 IT 플랫폼인 'ESG 링크(LINC)'를 개발해 기업들의 ESG 전략 구현을 지원한다. 이 밖에 한국딜로이트그룹이 기존 ESG 조직과 별도로 ISSB 기준안 발표 이후 'ESG 공시·인증 TF'를 출범했으며, EY한영도 전사적 차원의 ESG 조직 외에도 회계감사 부문 아래에 약 50명으로 구성된 ESG 조직 '씨카스(CCaSS·Climate Change and Sustainability Service)'를 두고 있다.
회계사들 개별적으로도 'ESG 스터디' 열풍이 불었다는 후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사들 중 미래 ESG 공시 시장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관련 자격증을 딴 이들이 많고, 관련 스터디를 열심히 하는 분위기"고 전했다.
회계업계가 일제히 눈에 불을 켜고 ESG 공시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상장사들의 ESG 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준도 마련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국제회계기준(IFRS)이 일반(S1), 기후(S2) 분야에 대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기준이 정립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ESG 공시가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ESG 관련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제3자 인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군가 인증하지 않는 공시는 감사받지 않는 재무제표 제출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이드라인에 맞게 ESG 공시를 작성하도록 컨설팅하는 것도 하나의 시장이 될 수 있지만, 수수료가 높은 대신 기업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일회성에 그치는 업무"라며 "인증 시장이야말로 회계감사처럼 수수료는 낮지만 매년 고정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라고 귀띔했다.
"ESG는 비재무적 평가요소"…로펌 등도 눈독
가장 큰 경쟁자로는 대형 법무법인들이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이미 ESG 규제 리스크 관리, ESG 경영 전략, 책임투자 조언, ESG 관련 소송 등 업무를 하고 있다. 광장과 율촌 등은 이미 ESG 보고서 작성·공시와 관련해 각종 ESG 평가기관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ESG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갖고 있는 ESG 평가기관들, 이미 ESG 채권을 평가하면서 사실상 '인증' 역할을 하고 있는 신용평가기관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다. 신평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28일까지 ESG 금융상품 인증 평가와 기업 ESG 평가를 맡아줄 'ESG 환경전문인력'을 채용 중이다.
이미 기업들의 ESG에 대한 제3자 검증을 해온 표준협회와 능률협회 등도 ESG 공시 및 인증 시장을 노리고 있다. 표준협회 ESG 경영추진단은 컨설팅, 교육, 검·인증, 표준 등 ESG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능률협회도 ESG센터를 두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작성·가이드라인·검증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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