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진방안 세미나 개최
"한국형 산업정책 나와야...'산업전략 2030' 마련해 시행하자"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한국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고생산성 부문으로의 산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진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주력산업의 현황과 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일부 IT부품 산업을 제외하고 주력산업 대부분에서 경쟁강도가 심화되고 있다"며 "가치경쟁력의 향상이 관건이다. 고부가가치·고생산성 부문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와 2차전지 부문을 제외하고 생산과 수출이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정 본부장은 "고도성장을 이어오던 제조업이 침체되고 있다"며 "반도체와 2차전지를 제외하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적으로 보면 조선,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부문은 수출 증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특정 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13개 부문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를 차지한다. 이중 반도체 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에서 21%를 차지했다.
국내외 수요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반도체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조업 전체로 살펴보면 부가가치, 생산, 수출이 전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부가가치 평균증가율은 2000~2010년 사이 9.2%였지만, 2010~2017년 사이 4.5%로 절반 이상 추락했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추격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18.5%를 차지했지만 2017년 27%로 성장했다.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은 중국의 성장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인 이유는 특정 한 분야를 타겟으로 지정해 추격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방산업과 연관 산업까지 고려해 첨단산업 위주의 육성 전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도권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은 '가성비' 측면에서 중국에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형 산업정책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한국형 발전비전과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미래기술에 대응하는 산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특정 산업이 아닌 산업간 유기적인 연결과 협업을 통해 전체 산업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정 본부장은 "로봇산업을 예로 들면, 그와 연관된 센서·반도체·소재·장비 등 균형있는 성장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성장유망산업과 주력산업을 연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역할분담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마치고 패널토론도 이어졌다. 이근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 김정욱 KDI 규제연구센터 소장,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이 참여해 산업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유환익 실장은 한국형 산업정책인 '산업전략 2030'을 제안했다. 그는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은 첨단 제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종합 계획을 만들고 집행에 들어갔다"며 "'산업전략 2030'을 통해 주력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미래 신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욱 소장은 규제 개혁 측면에서 민관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개혁을 통한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며 "신산업·신기술을 육성하기 위해서 민간과 정부가 규제 개혁을 같은 방향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