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효주 "시한부역, 송혜교와 호흡하며 위로 받아"

기사등록 2022/01/09 09:42:36

박효주
박효주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꾹 참고, 남편과 딸만 바라보며 현모양처로 살았다. 둘째 임신을 기다렸는데, 췌장암이라니···. 남편이 직장동료와 바람 났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이 떠난 후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만남을 주선했다. SBS TV 금토극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지헤중) 속 '전미숙'(박효주)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숙이 삶과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 짓게 했다. 공감하면서도 답답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시놉시스에서 남편 '수호'(윤나무)에게 '민경'(기은세)이라는 여자가 있는 걸 알았지만, 그 지점에서 나도 뒤집어졌다. 작가님께 '미숙이랑 같이 걷다가 저 멀리 뛰어간 기분이다. 어떡하죠'라고 토로했다. 설명으로는 이해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수호한테 '(민경씨) 가까이서 보니까 좋은 사람 같더라'면서 두 사람 행복을 빌 때 힘들었다. 미숙이 갑자기 암에 걸렸다고 일사천리로 정리되는 건 아니니까. '나의 방황이 미숙에게도 존재했던 고민이겠지' '더 심장에 멍이 들어가면서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드라마는 여고 동창인 전미숙과 '하영은'(송혜교), '황치숙'(최희서)의 일과 사랑, 이별을 다뤘다. 하영은과 '윤재국'(장기용) 사랑 이야기에만 치중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미숙이 중심을 잡아줬다. 2회 8.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찍은 뒤 마지막 16회는 6.7%에 그쳤다. "시청률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의 DNA가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고 짚었다.

박효주(40)는 연기 호평과 함께 수상 기쁨도 누렸다. '2021 SBS 연기대상'에서 '석도훈' 역의 김주헌(42)과 함께 조연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지헤중이라는 곡에서 난 베이스를 담당했다. 죽음이라는 가장 큰 화두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영은과 재국의 사랑은 비올라, 첼로 등 현학기라면, 치숙과 도훈은 관악기 파트였다"며 "누구 하나 삐끗 거리거나 세지 않고 균형감있게 연주했다"고 강조했다.

박효주는 시한부 역을 위해 약 8㎏ 감량했다. 극본에 '계속 야위어가는 미숙'이라고 써 있어서 "매회 살이 빠지게끔 애썼다"고 털어놨다. 원래 마른 편인데 더 빼야 하니 "쉽지 않았다"면서도 "극본을 보면 입맛이 사라지곤 했다"고 돌아봤다. 미숙을 연기하며 '나 그래서 오늘을 후회없이, 정말 열심히 살거야'라는 대사를 되새겼다. "미숙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숙과 헤어지는 중이라서 지금도 헛헛하다"며 "잘 헤어지고 싶다"고 바랐다.

노메이크업 연기도 돋보였다. '민낯을 보여줄거야'라고 마음 먹은 건 아니었다. 연기에 방해되는 요소를 조금씩 없애다 보니 메이크업을 하지 않게 됐다. "요즘은 화장술이 자연스럽게 잘 나오는데, 8부 이후부터는 아예 메이크업을 안 했다"며 "하고 가도 한 번 우는 신 찍으면 끝나니까. 번들거림만 잡았는데 약간의 파우더, 마스카라, 립밤 등만 발라도 그 촉감이 연기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시한부 연기를 하며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 힘들었다"고 짚었다. "계산할 수 없으니까. 불안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고. 이길복 PD에게 '신 앞에서 번지점프하는 기분'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 때 생생함이 있어서 대충 못하겠더라"면서 "숨소리까지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항상 나의 삶과 현장이 구분되길 원했는데, 미숙은 내 일상을 침범하기도 했다"며 "몇 개월간 그 감정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촬영 끝나고 집에 오는 게 더 힘들어서 현장에 있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남편 역의 윤나무(37)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2020)에 함께 출연했지만, "붙는 신이 없었다"며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때부터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해서 꼭 한 번 호흡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나보다 어린데, 의젓하고 든든하다"고 칭찬했다. "윤나무가 아니면 '곽수호 역을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다"면서 "연기할수록 상대방과 호흡이 중요하다고 뼈저리게 느낀다. 나무씨는 선물같은 분"이라고 했다.

송혜교(41), 최희서(36)와 호흡도 빛났다. 두 사람은 실제 친구같은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연기 열정 온도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며 "혜교, 희서씨 자체가 매력적이라서 이유없이 좋았다"고 할 정도다. "미숙은 상대방 연기로 해결되는 신이 많았다. 특히 영은이가 바라보는 눈빛, 대사로 미숙이 토로하고 말없이 주고받으면서 큰 위로와 감사함을 느꼈다. 혜교씨는 워낙 몰입이 뛰어나서 많이 배웠다. 혜교씨가 집중하고 영은으로서 미숙을 바라봐주고, 미숙이가 토로한 모든 것들이 진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헤중은 '현재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줬다. 박효주 역시 직업 특성상 '이번 작품 끝나면 다음 작품 뭐하지?'라는 불안감에 지배 돼 살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현재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더 나이 먹고 만났으면 후회했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많은 걸 알려준 작품이다. 지금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박효주는 2001년 잡지모델로 데뷔 후 20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왔다. 드라마 '추적자'(2012)에서 형사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헤중으로 연기 호평을 받았지만 아직도 갈증을 느낀다. "지금도 모니터할 때 편안하게 즐기지 못한다"며 "워낙 채찍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연기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늘 뭔가 안 채워졌는지···. 계속 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원동력은 재미인 것 같다. 이전에는 오기와 화, 아쉬움으로 했다면 지금은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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