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을 홀로 걷는 자체가 퍼포먼스…'코오피와 최면약'

기사등록 2021/09/15 10:41:04

국립극단, 24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뉴시스]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1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코오피와 최면약'. 2021.09.15.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오는 24일부터 10월3일까지 서울로7017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서현석 작가의 '코오피와 최면약'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이 주변의 문화시설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시작됐다. 장소 특정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여온 서 작가에게 서울로7017과 서계동 국립극단을 활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서울로7017은 산업 근대화의 상징물이다. 1969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1975년 완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다. 2017년 공중공원 겸 보행로로 시민에게 개방됐다.

서 작가는 서울로7017을 걸으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라는 질문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상(李箱)의 소설 '날개'(1936)를 떠올렸다.

서울로7017의 시작점인 회현동에는 '날개' 속 주요 배경인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한 모습을 드러내는 서울역은 소설의 주인공 '나'가 커피를 마시러 들르는 '티룸'이 있는 경성역이었다. 서 작가는 이 길을 걸었을 이상의 흔적을 쫓으며 그와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1930년대를 재구성하고, 2021년의 현재와 중첩시킨다.

관객은 서울로7017 안내소에서 관람안내를 받은 후, 본인의 핸드폰과 이어폰을 이용해 준비된 사운드를 들으며 국립극단 방향으로 걷는다.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도착한 관객이 극장 안에서 펼쳐지는 가상 연극과 만나는 것으로 작품은 이어진다. 서울로7017 안내소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매표소에서 만나는 안내원 외에는 작품 전체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배우의 등장이나 다른 관객의 동반 없이 오롯이 혼자 관람한다.

서울역7017을 걸으며 듣는 오디오에는 서 작가가 직접 쓴 텍스트와 함께 이상의 작품 '삼차각설계도'(1931), '1933, 6, 1'(1933), '오감도'(1934), '날개'(1936), '권태'(1937)가 일부 인용된다. 이와 함께 1930년대 시대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그 당시 세계적으로 발생했던 주요 사건과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에 언급된 음악도 흘러나온다.       

서 작가는 그간 퍼포먼스 '헤테로토피아', 연극 '천사-유보된 제목' 등 관객 홀로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를 일찌감치 시험해왔다. 이전엔 파격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일상이 일상이 된 지금, 이러한 관람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 작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감염병으로 인한 무력감, 심화돼가는 폭력성과 사회의 균열, 긴장된 국제관계가 공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이 굉장히 답답한 식민 사회에 살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양의 예술과 과학을 받아들이며 사유를 확장시켰던 이상처럼 갑갑한 일상의 틀을 뛰어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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