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카르발라 시위대, 이란영사관 습격 이라크국기 게양

기사등록 2019/11/04 08:35:07

정부와 시아파 민병대에 반감 표출

부패 정권 퇴출과 정치개혁 요구

【카르발라(이라크)=AP/뉴시스】이라크 남부 시아파의 성도 카르발라에서 지난 19일 시아파 지도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의 추종자들이 정부의 부패와 미국,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29
【카르발라(이라크)=AP/뉴시스】이라크 남부 시아파의 성도 카르발라에서 지난 19일 시아파 지도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의 추종자들이 정부의 부패와 미국,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29
【바그다드(이라크)=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 성지 카르발라 시에서 3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 수십 명이 이란 영사관을 습격,  건물의 콘크리트 담을 넘어들어가 이란 국기를 끌어내리고 이라크 국기를 게양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카르발라 시내의 한 거리에 있는 이 영사관의 경비병들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공포탄을 발사했지만,  시위대는 투석으로 맞서면서 건물 주위에서 타이어들을 불태우며 저항했다.

이번 사태는 수도 바그다드와 시아파가 주류인 남부 지방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의 일환으로 발생한 것이며, 아직 사상자 발생은 보고된 것이 없다.

이번 시위는 이라크 전이 끝난 뒤의 정치 시스템과 정치 지도자를 향한 반대시위의 성격이며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의 부를 약탈해서 나라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웃나라 이란, 그리고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분노를 이번 영사관 공격으로 드러냈다.

카르발라,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남부 도시의 반정부 시위는 시간이 가면서 보안군의 발포와 시위대의 정부 건물에 대한 방화,  이란이 후원하는 민병대 본부에 대한 습격 등으로 점점 더 폭력적이 되어가고 있다.

11월 들어 보안군의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250명이 넘는다.  시위대도 점점 늘어나 지금은 단지 정권의 사퇴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전면적 정치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바그다드 중심부의 시위에 나선 수 십만명의 군중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 수립된 낡은 정치 제도의 철폐와 전면적 개혁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 있는 전쟁으로 파괴된 뒤 버려져 있었던 거대한 탑을 점령한 채 정치적 요구를 외치고 있다.

수 천명의 학생들도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 행진에 참가했다.  이들은 정치 부패와 실업률 증가,  공공서비스 부실 등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그다드(이라크)=AP/뉴시스】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알-줌후리야 다리 위에서 30일 이라크 진압경찰들이 그린존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있다. 최루가스와 실탄 사격까지 동원한 진압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는 30일 더욱 세력이 커지고 있다. 2019.10.31
【바그다드(이라크)=AP/뉴시스】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알-줌후리야 다리 위에서 30일 이라크 진압경찰들이 그린존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있다. 최루가스와 실탄 사격까지 동원한 진압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는 30일 더욱 세력이 커지고 있다. 2019.10.31
아델 압둘-마디 총리는 3일 한달 째 광범위한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군중 앞에서 "이제는 정상 생활로 돌아갈 때다"라며 도로 봉쇄를 풀고 교통을 재개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마디 총리는 남부 시아파 지역의 상점, 시장, 공장, 학교, 대학등이 이제는 시위를 끝내고 다시 문을 열라고 요구했다.  특히 정유시설이나 도로에 대한 봉쇄 또는 습격은 수십만달러의 국고손실로 이어져 결국 물가 인상과 모든 사람의 피해를 낳는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총리의 회유적 연설과 달리 보안군은 최루탄과 고무탄 발사, 때로는 실탄 발사로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에 나섰고 이 때문에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잠깐의 소강사태를 거쳐 10월 25일 부터 재개된 시위는 더욱 격심해져서,  정부 청사와 외국 공관들이 있는 구역을 에워싼 그린 존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었다.  현재 이 곳으로 통하는 두 개의 다리 위에서는 쉴새 없이 양측의 충돌이 빚어져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마디 총리는 평화시위와 축제에 이끌려 나온 단순 가담자와 '무법자들'을 구분해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며 2일 늦게 보안군 책임자들과 작전회의를 갖기도 했다.

한편 이라크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위대의 활동가이자 의사인 시바 알-마다위가 2일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게 납치되었다고 밝혔다.  반관반민의 인권위는 정부와 보안군에게 그녀의 소재를 당장 밝혀내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시위대를 위해 응급치료를 위해 나선 자원봉사자 의사들 여러 명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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