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보관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신상 공개
'피해자 허락 구했다' 주장과 배치된 보도자료
"첫 영상 게시 전까지 전혀 몰라, 질문도 없어"
'2차 가해다' '제보내용만 올리다 사고' 등 반응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지난 1일 이른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영상을 올렸다. (사진=나락 보관소 채널 캡처) 2024.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6/07/NISI20240607_0001570206_web.jpg?rnd=20240607110109)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지난 1일 이른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영상을 올렸다. (사진=나락 보관소 채널 캡처) 2024.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최근 가해자 신상 폭로를 통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재점화된 가운데, "피해자의 허락을 구했다"는 유튜버 주장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공분을 악용한 수익 창출에 몰두,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커지는 모양새다.
7일 유튜브에 따르면 '나락 보관소' 채널은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라며 한 남성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 신상을 다룬 영상을 이달 1일 올렸다.
이어 해당 사건의 가해자나 연루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을 추가로 올리면서 많은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실제로 연일 수십만명 이상의 구독자 수 증가가 이어지면서, 올해 3월30일 개설된 '나락 보관소' 채널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50만명에 육박하는 이들을 끌어모았다. 게재한 여러 영상들도 하루 만에 200만회가 넘게 조회되고 있다.
당시 미약했던 처벌 수위와 국민 법 감정 사이 괴리를 신상 공개라는 '사적 제재'로 메우려는 이들의 심리가 이 같은 관심으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피해자 측의 허락을 구했다'는 주장이 거짓이라거나 엉뚱한 제3자를 저격해 피해를 입히면서 점차 분위기는 달라지는 듯하다.
앞서 나락 보관소 채널은 이달 5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피해자에게 허락을 구했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메일로 대화를 나눴고, (가해자) 44명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마무리된 상태"라고 올린 바 있다.
이에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성폭력상담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공지는 사실과 다르다"며 "피해자 측은 나락 보관소가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후 6월3일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며 "상담소와 피해자 측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갑자기 등장한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해당 글은 일부 문장 수정을 거치다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또 이 유튜버는 "상담소님들, 피해자 가족분들 내부 의견이 달라 서로 충돌 나고 있는 거 아시나. 어차피 저는 '렉카'"라며 "20년 동안 아무 얘기 없다가 한쪽 의견만 듣고 '언플'한다"는 내용도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유튜버가 '가해자의 여자친구'라며 엉뚱한 인물을 지목한 상황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SNS 계정 등이 함께 공개됐던 A씨는 "제 영업장이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플 및 악의적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더 억울한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실이 아닌 것은 언급 않길 부탁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또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내용과 함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나섰다. 나락 보관소도 이와 관련해 "제가 올린 글로 네일샵 사장님이 공격받으셨다. 욕하시면 달게 받겠다"며 "사장님은 신모씨의 여자친구가 아니다"라는 해명 글을 전날 게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사이다' '정의 구현'이라며 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채널 내 '피해자 동의를 받은 건지 확실히 하라' '(거짓이면) 나락 보관소 영상들은 2차 가해일 뿐이다' '(사실 확인 없이) 제보 내용만 올리다가 사고 친 거다' '더 이상 응원할 수 없겠다' 식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는 전날 영상을 올려 "거짓 정보와 오인 사격은 네가 다 해놓고 왜 나를 저격했나. 피해자 동의 구했다더니 해명 바란다"며 "솔직히 정의니 공익이니 다 때려치우고 허심탄회하게 사이버 렉카들끼리 밥그릇 싸움하는 건데 치사하게 박제해서 구독자 동원하지 말자"고 했다.
한편 과거에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특정 사건 연루자들의 개인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는 종종 나타난 바 있다. 여기에는 불법 행위나 2차 가해, 엉뚱한 '낙인찍기' 등의 우려 목소리도 따라붙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선정·자극적 콘텐츠로 이목을 끄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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