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10월 개막
1930년대부터 가요로 엮어낸 현대사 100년
이산가족이 상봉한다는 뉴스에 사람들이 눈길이 쏠리고, 이윽고 이은미의 '녹턴'(2010)이 흘러나온다. 천천히 마주하는 두 사람, 서글프고 아련하다. 70년 만에 재회하지만 휠체어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 또다른 노래가 이어진다.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2014)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격동과 파란의 한국 현대사 100년 동안 큰 사랑을 받아온 가요들이 주크박스 뮤지컬로 펼쳐진다. 오는 10월4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다. 지난해 11월 초연 후 11개월여 만에 다시 공연한다.
1930년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와 기생의 사랑부터 1950년대 6.25전쟁이 갈라놓은 이별, 1960년대 시위대 속 운명 같은 사랑과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거쳐 1990년대 대성리의 밤 엇갈린 젊은이들의 사랑까지 일곱개의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 먼 세월을 돌아 재회한 이들의 이야기가 음악처럼 흘러간다.
창극 '귀토',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회란기', 뮤지컬 '광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재치있고 탄탄한 극을 선보여온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다.
고 연출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열린 연습장면 공개 및 간담회에서 "역사적 기념일마다 영웅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저변에 살아온 민초들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굴곡진 역사 속에 민중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기억하고자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연 때 보면 1막엔 나이있는 관객들의 몸이 (극에 집중하느라) 앞으로 나오고, 2막 뒷부분엔 젊은 관객들의 몸이 나오더라고요. 나이대별로 관심있는 장면이 다른데, 마지막엔 모두 공감했죠. 노래 한 곡에 다양한 정서와 기억이 있어요. 관객들은 노래를 듣고 자신만의 추억을 소환하고 감정을 떠올리죠."
격변의 시대를 담아내며 이를 관통하는 큰 주제는 결국 사랑이다. 장면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노랫말도 하나의 포인트다. 이우미 작가는 "어느 시대든 사랑이 있지 않나. 대중가요가 대중들의 삶을 녹여 탄생했기에, 이야기와 노래가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들로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1950년대 전쟁으로 인한 이별을 그려내는 '임인수' 역의 배우 라준은 "'백만송이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참 좋다. 우리네 삶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상대역인 '함순례' 역의 강하나도 "이 작품을 하며 사랑 한 송이를 피웠다. 관객들마다 한 송이씩 피어나면 백만송이, 천만송이의 사랑이 마음속에 피어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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