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먹방 화첩’...주영하 '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

기사등록 2022/09/08 15:48:42

[서울=뉴시스]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
[서울=뉴시스]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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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몸을 가누지 못하는 관원을 하인이 부축하고 있다. 아마도 항아리에 담긴 것이 술이었던 모양이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궁중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중에서 참석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유일하다. 이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1장 ‘〈중묘조서연관사연도〉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중에서(17쪽))


"조영석은 자신이 선비이기 때문에 그림 솜씨로 이름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제' 화첩의 표지에 “남에게 보이지 말라. 범하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다(勿示人 犯者非吾子孫)”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남아 있던 덕분에 그림이 그려진 순간으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우유 짜는 모습을 사진처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5장 ‘우유 짜기' 조선시대, 궁중에서 우유를 짰다’ 중에서(79쪽))

그림을 꼼꼼하게 뜯어보게 한다.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 '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는 500년 조선음식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대순으로 촘촘하게 조선시대 음식문화사의 변화상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음식인문학자로 유명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다. '백년 식사'와 '조선의 미식가들'에 이은 이 책은 조선으로 그 시기를 더욱 거슬러 올라가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저자만의 맛깔나는 해설이 곁들여진 ‘조선 먹방 화첩’이다.

"이 화첩에서 주목해야 하는 장면은 제2폭이다. 조선시대 어느 기록화에도 보이지 않는 ‘숙설소(熟設所)’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중략) 이쯤에서 남성 요리사 일색인 그림의 묘사가 이상하다고 여길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사극에서는 여성 나인들이 음식을 만들지 않았던가? (중략) 이것은 전근대 왕실의 벼슬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근대 사람들은 남성이 공식적인 일을, 여성은 비공식적인 일을 맡아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궁중의 공식적인 직책 대부분은 남성들 차지였으며, 여성들은 단지 왕을 보조하는 일을 맡았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조선시대 요리사 하면 대장금 같은 여성 나인만을 떠올리곤 한다. '선묘조제재경수연도'에서 보이듯이 조선시대 왕실의 핵심 요리사는 남성이었다. ‘요리=여성’이라는 인식이 오늘날의 편견일 수 있다는 점을 이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3장 ‘선묘조제재경수연도' 102세 노모 경수연에 남성 궁중 요리사가 나선 이유’ 중에서(46~51쪽))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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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먹방 화첩’...주영하 '그림으로 맛보는 조선음식사'

기사등록 2022/09/08 15:48:4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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