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개혁론자' 교육부 차관보 임명…조직내부 술렁

기사등록 2022/08/14 15:00:00

최종수정 2022/08/14 18:53:41

신임 차관보에 나주범 전 기재부 재정혁신국장

"교육 부문 불균형 심해…교육교부금 개편 필요"

"내 역할은 사회정책조정…교육재정은 타 부서"

교육계 "또 비전문가 인사…마찰·반발 예상된다"

[세종=뉴시스]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가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을 맡던 지난 2020년 9월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2060년 장기재정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08.14.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가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을 맡던 지난 2020년 9월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2060년 장기재정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08.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 신임 차관보에 교육재정 제도 개편을 추진해 왔던 나주범(53) 전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이 임명된 가운데 그의 역할과 향후 행보를 놓고 교육계 시선이 쏠린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제도 특성상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펴 교육계 반발을 불렀던 재정 당국 측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나 차관보는 1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교육 부문 간의 재정 불균형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학은 너무 열악하고 내국세 5분의 1 상당 금액이 초중고에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학급당 학생 수'는 더 떨어질 것인데, 고등교육을 위한 재원은 나올 데가 없다"라며 "교육 부문간의 불균형 해소를 통한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제도 개편을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을 위한 별도의 교부금을 만드는 방식을 고려해 봤는지 묻자, 나 차관보는 "재원이 또 있어야 한다"며 "다른 재정지출을 줄일 여력이 있어서 교부금을 신설할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보건복지라든가 고용안전망과 같은 다른 쪽에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 차관보는 교육부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교육재정 개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교육부 차관보는 지난 2019년 11년만에 부활한 1급 직책으로, 수장인 장관이 겸임하는 사회부총리의 사회정책 조정 기능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나 차관보는 "차관보가 신설된 이유는 교육부가 사회부총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며 "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운영하면서 각종 정책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있고, 교육재정은 담당 조직이 있다"고 해명했다.

1968년 전남 나주 출생인 나 차관보는 198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3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 지역경제정책과장, 복권총괄과장, 경영혁신과장, 재무경영과장, 협력총괄과장 등을 맡았다. 국무조정실 재정금융기후정책관을 거쳐 2020년 5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에 임명됐다. 교육부 차관보에 임명된 것은 지난 9일이다.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고 재정개혁, 재정제도 개선을 맡는 일종의 '곳간지기'다. 교육계에서는 그 당시 나 차관보의 행보가 여전히 회자된다.

[세종=뉴시스]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가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을 맡던 지난 1월26일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유튜브 갈무리). 2022.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나주범 교육부 차관보가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을 맡던 지난 1월26일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유튜브 갈무리). 2022.08.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1월24일 교육부는 충북 청주시 오송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연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을 시사하면서 이른바 재정당국 발(發) 교육재정 축소 파문으로 교육계가 뒤숭숭했던 때다.

당시 나 차관보는 "중장기적 흐름을 볼 때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면 학급 수가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거나 "급속도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학급당 학생 수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요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학생 수는 줄어도 학급 수는 늘었다면서 교육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교육계 입장에 반론을 편 것이다.

나 차관보는 이틀 뒤인 1월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 토론회에 참석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한다.

그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연동 방식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증가하면 지속적으로 국세가 증가해 결국 교부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평생, 직업교육 쪽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의 전환도 이뤄져야 하고 미래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고등교육 투자가 굉장히 열악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교부금 개편 방식인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와 일맥상통한다. 현재 교육교부금 재원은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세입 일부로 조성되는데 교육세 세입 재원을 대학 등에 쓰자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일선 시·도교육청과 초·중등 교육계는 반발해 왔다. 40년 넘은 학교 건물이 10년 내 1만2000여동으로 늘어나고, 이를 개축하려면 35조원이 소요된다는 추정이 있다. 또 학생 수는 줄어들더라도 학교와 교원 수는 늘었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고정경비인 교부금을 줄이면 결국 교육사업 예산이 줄어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 차관보와 토론회에 동석했던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적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고령화로 복지 비용이 늘어나고 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젊은층을 위한 적절한 투자 전략 없이 '큰일 났어. 저쪽에서 돈이 더 필요해' 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혹평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교부금이 많아 보이는 것은 기재부가 재정 추계를 잘못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그렇게 교육청에 추가경정예산을 주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고 '예산을 제대로 못 쓴다'고 교육교부금 개편에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재곤 정책본부장도 나 차관보 임명에 대해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의도가 표현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만 5세 입학' 파동에서 봤듯 교육 정책 결정 요직에 전문가가 없다"며 "(교육재정 개편 방식도) 극단적인 재정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많은 마찰과 반발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나 차관보는 "'초·중등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 '여러 수요가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우려는 당연히 감안해서 방향을 잡고 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교육부 내 관련되는 실·국과 저와는 또 다른 담당자들이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차관보의 역할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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