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장발장은 굴곡진 삶을 벗어나 이제 모든 할 일을 끝냈다는 듯 편안한 얼굴로 그 끝을 마주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하고 세상을 저주했던 그는 우연히 만난 미리엘 주교의 선의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름을 바꾸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독지가이자 시장으로, 또 자선가로 참회 속에 다른 삶을 살아온 그는 마지막에 장발장 자신의 본래 이름을 되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레 미제라블'이 지난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막을 올렸다. 극단 로얄씨어터의 작품으로, 지난 2020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장발장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경감 자베르 역의 배우 김명수는 묵직한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는 이날 시연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범죄자 부모 사이에 태어나 법을 수호하고 사회 질서를 지키는 사명감으로 살아온 한 인간이 결국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건 공권력이 아닌 사랑과 용서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베르의 끝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리엘 주교 역의 박웅도 "연극이 우리 삶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연기를 하고 있다"며 "약 2시간30분 공연에서 제가 무대에 나오는 시간은 4~5분 정도다. '작은 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처럼, 보람으로 생각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연극계를 짊어지고 갈 후배들과 함께하는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은 15일까지 이어진다. 장발장의 삶을 통해 사회적 모순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작을 압축해 장발장의 인생부터 프랑스 혁명까지 그려내지만,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흩어지면서 주요 인물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기엔 매끄럽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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