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80달러 대로
곡물가격·식량가격도 하락세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대로 내려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 가격은 2.34% 급락한 배럴당 88.54 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2월 2일(88.26 달러)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10월물 브렌트유도 2.75% 급락한 배럴당 94.12 달러에서 마감했다. 2월 18일(93.54 달러)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증산량을 크게 낮추기로 하면서 한때 2% 이상 급등했던 유가는 미 원유 재고가 3주만에 늘어났다는 소식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한 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급격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영향이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6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전달(173.5) 보다 4.1% 하락한 166.3을 나타났다. 지난 2월(145.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곡물·육류·유제품·설탕 등의 가격지수를 종합한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전월(157.9) 대비 2.3% 하락한 154.2를 기록했다. 지난 2월(141.1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나 곡물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안정세를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산유국들이 증산폭을 줄이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확량도 큰 폭 줄고 있고, 폭염과 가뭄으로 미국 등지의 쌀, 밀,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도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식물가나 서비스, 가공식품 등은 원상회복이 어려운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한다고 곧바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물가 상승 압력을 제약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물가가 높았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유가 때문이었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를 떨어뜨리는 역할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유가가 수입 단가에 반영돼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데는 1~2개월 가량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업제품은 바로 하락할 수 있지만, 외식물가나 서비스업 물가 같은 경우 한번 오르면 잘 안떨어지는 경직성을 가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물가가 7월이나 8월에 정점을 보이다가 가을이나 연말쯤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유가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는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이미 국내 서비스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한다고 내려가는 것은 아니고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현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수입 물가에 반영돼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아 지속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한 달 전에 비해 10% 가량 떨어졌는데 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로 빠르게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가 둔화되는 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수준을 유지한다면 물가 10월 정점 가능성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장마철과 추석, 전기료 인상 등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6%대 물가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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