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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경란 "50대 되면서 인물들에 대한 애착 더 커졌어요"

기사등록 2022/08/04 12:01:18

최종수정 2022/08/04 13:55:22

기사내용 요약

4년 만에 연작소설 '가정 사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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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경란 작가 ©한정구 (사진=조경란 제공) 2022.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다들 오랜만이라고 해주시지만 4년은 저에게 오래 걸린 건 아니에요."

최근 연작소설 '가정 사정'을 4년 만에 출간한 소설가 조경란(53)은 "소설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니 오히려 느긋하게 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내 방식대로 지금 하는 일을 반복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번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오랜 시간 할애한 것은 "인물과 인물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꼽았다. 그는 "소설을 쓰는 데는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생각을 오래 하는 거죠. 인물들을 잘 구축한다는 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를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훨씬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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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작소설 '가정 사정'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2.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작소설 '가정 사정'은 각각의 인물에 대해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썼다. 각자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노년의 아버지와 중년의 딸('가정 사정')부터 손가락 두 개를 잃은 남편과 함께 분식점을 운영하는 아내('내부 수리 중')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어요. 출간 이후에도 제 이야기 속 인물들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돼요. '가정 사정' 속 정미는 어떻게 지낼지, '양파 던지기'의 기중구 씨나 '개인 사정'의 인주는 그래서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이런 생각이요. 제가 인물들에 대해 생각한 시간이 길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떨쳐지지가 않아요."

연작소설의 시작은 어느 날 산책 중 한 식당에 붙어있는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라는 안내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제 가족의 일부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서 제 도움이 필요하니 저는 잠시 거기로 가있겠습니다'"는 쓰지 않은 문장을 안내문에서 읽어내고는 단편 '가정 사정'을 쓰게 됐됐"고 했다.

2018년에 집필한 단편은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가정 사정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니 연작이 됐다. "인물들과 상황이 자꾸 파생되면서 이 소설은 단편 하나 가지고는 끝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인물들한테 이 전염병의 문제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 관심의 폭이 더 커졌고요."

가장 마지막으로 집필한 '개인 사정'에서 다룬 이야기는 최근 경장편으로 확장해 쓰고 있다.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부모의 이야기를 쓰며 "부모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 당하는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데 코로나19 때 더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경장편을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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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경란 작가 ©박기호 (사진=조경란 제공) 2022.08.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등단 27년째, 50대가 되니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했다.

"50대가 되면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일에 조금 더 책임감과 진지함, 그리고 생명에 대한 숭고함"을 갖게 됐어요. 젊은 작가일 때는 어서 좋은 걸 써야지, 대표작을 써야지 이런 생각이 컸어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다 없어져 버렸기도 했고 제가 가진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마음만 남았어요."

물론 그사이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며 작품과 작가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그런 건 이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분명한 한 사람'이라는 소설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조명받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해도 분명 한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주고 설령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도 스스로가 하면 되니까요."

작가와 함께 그의 소설 속 인물들도 나이가 들었다. 이번 소설집의 주인공은 대부분 50대 여성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코로나10 상황에서 누가 제일 힘들까 생각하니 비정규직, 그다음은 기술이 없는 50대 여성부터 해고 통지를 받기 시작한 것이 떠올랐다"고 했다. 자신의 또래 인물을 쓰려는 의도가 아닌 자연스럽게 소외된 50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경란 작가의 이야기는 마냥 행복하게 끝나는 일이 드물다. 안타깝거나 안됐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는 "보통 때보다 조금 나은 순간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마냥 행복한 것에 방점을 찍고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물들의 마지막을 보면 예를 들어 손을 잡는다던가 아픈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등의 지점, 그 짧은 찰나가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이 소설집에 안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쓴 건 다 읽고 나서도 독자들과 인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봐야지, 찰나의 행복을 느껴봐야지 이런 마음을 갖게 하기를 원해서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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