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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제2의 NLL 대화록' 사건 되나

기사등록 2022/05/03 08:04:47

최종수정 2022/05/03 08:33:44

기사내용 요약

안철수,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 조사 시사
尹, 대선 과정서 유족에 정보 공개 약속
文정부, 정보 자산 노출 등 이유로 비공개
文 퇴임 전 대통령 기록물 지정 유력해
'12~13년 NLL 대화록 공방 재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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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광화문의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해양수산부 피격 공무원 유가족과 면담을 갖고 있다. (사진= 윤석열 캠프 제공) 2021.07.1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관련 내용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이 '제2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대화록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지난 2일 피살 공무원 이모씨 유족과 면담한 뒤 "그 지역의 해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구명조끼를 입고는 일정 시간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분이 헤엄쳐 월북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내린 결론을 부인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즉시, 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항소를 철회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이미 당선인께서도 후보 시절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신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관련 정보 공개를 예고했다.

안 위원장이 말한 대로 윤 당선인은 사건 전말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선 주자였던 지난해 7월10일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이씨 부인과 이씨 형 이래진씨를 만나 "각종 정찰자산과 교신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함에도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군 자산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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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9일 해양경찰청이 북한에서 피격된 해수부 공무원의 표류 예측을 분석한 결과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윤 당선인은 올해 1월27일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은 같은 달 3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씨의 부인과 아들을 만나 진상을 밝히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취임 후 윤 당선인이 이씨 측에 사건 관련 정보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씨는 2020년 9월 당시 어업 지도를 하던 중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살해됐다. 당시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도박 빚에 시달리던 이씨가 월북하려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족들은 "자진 월북을 할 이유가 없고 사망 경위가 불확실하다"며 정부의 판단을 믿지 않았다.

사건은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씨 유족이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씨 형 이래진씨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 이래진씨는 "차기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똑같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 유세차에 올라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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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주훈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46호 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문헌 의원이 NLL 경계선이 그려진 지도를 가지고 나와 북한이 노무현 전 노무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NLL 경계선을 가리키고 있다. 2013.06.27. joo2821@newsis.com
윤 당선인이 취임 후 현재 진행 중인 정보공개 청구 소송 항소를 취하하면 이씨 유족에게 정보가 공개된다. 국가안보실이 항소를 취하할 경우 1심 판결이 확정되고 관련 정보가 이씨 유족에게 넘어간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해당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장 15년(개인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까지 열람이 불가능해진다. 문재인 정부는 사건 정보를 이씨 유족에게 공개할 경우 한미 당국의 정보 자산이 노출될 수 있다는 등 국가안보상 이유를 든 바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이 사건 기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할 경우 향후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북한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며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은 제2의 'NLL 대화록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 NLL 대화록 사건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대화록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한 데서 불거진 사건이다. 대선 후 공개된 문건에서 NLL 포기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발언 내용을 떠나 이 사안은 박근혜 정부 초기가 여야 간 정쟁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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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2.04.25. photo@newsis.com
10년 전처럼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 다음달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색깔론 공세의 소재가 될 수 있다. NLL 대화록 사건 역시 색깔론을 부각시켜 2012년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다음주 인사청문회를 앞둔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NLL 대화록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2012년 대선 후인 2013년 6월 민주당 의원이었던 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권 후보자가 NLL 대화록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고 폭로했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 후보자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방안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검토했다는 게 박 장관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박근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18대 대선 닷새 전인 2012년 12월14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NLL 대화록 일부를 읽었고 이는 대선 정국을 흔들었다.

이처럼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정치권을 뒤흔들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 사건 기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윤 당선인에게도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이씨 유족에게 정보를 다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기는 했지만 공개 시 한미 정보 자산 등이 훼손될 소지가 있음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윤 당선인은 자신이 한 약속과 국가안보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딜레마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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