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쓴 '생존 기록' 출간

기사등록 2022/01/20 15:59:30

최종수정 2022/01/20 17:49:24

김잔디(가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서울=뉴시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사진= 천년의상상 제공) 2022.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사진= 천년의상상 제공) 2022.0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 상상)가 출간됐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김잔디라는 가명으로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시장 죽음 이후에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에 대한 생존 기록이 담겼다.

 가명 '김잔디'는 '성폭력특례법상 성범죄 피해자는 절차에 따라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임의로 선택한 이름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서울 시 공무원으로 3대째 공무원 집안에서 나고 자라서 약간은 원칙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비서가 된 건 2015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발령받으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서울시장 비서직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원하지도 않았기에 좀 의아한 가운데 면접을 봤다. 다음 날 시장 비서실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아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15년 일이다."

"비서실 발령 이후 나는 꽤 오랜 시간 힘들었다. 비서라는 업무를 하려고 공무원이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략)사명감을 가졌던 고용노동부에서의 일을 제치고 온 자리가 누군가를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자리라니. 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이전 근무부서였던 사업소에서 일하며 느낀 뿌듯함에도 못 미쳤다."

이후 2019년 중반까지 저자는 4년 넘게 박 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박 시장의 일정 관리를 맡게 되는데, 간식 준비, 낮잠 깨워드리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시장 가족의 장보기, 박 시장이 장복하는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그에게 부여된 업무였다.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도 공개했다. 저자는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며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박 시장에 의한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롯해 4년간 지속된 성적인 가해의 실태를 밝혔다.

2020년 7월10일 박 전 시장이 자신에게는 한마디 사죄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절규했고 미친 사람과도 같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며 두 차례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살’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검색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신분이 노출돼 개명절차도 밟았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4년간의 성적 괴롭힘뿐만 아니라 잔인했던 2차 가해를 이어가는 인사들을 보면서 "2차 가해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고 마음 먹었다"는 소회도 밝혔다. "정치인, 학자, 고위공무원, 시민운동가와 같은 권력자에 의해 자행됐다. 영향력이 큰 그들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지지자들은 부화뇌동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이 저를 괴롭히는 상황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책에는 저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겪은 일들이 자세하게 담겼다. 말미에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목소리도 실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딸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식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합니다. 자기의 모든 비빌번호를 가르쳐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합니다....다시는 갈은 일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저자는 "나와 가족들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힘들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힘들다는 말로 담아낼 수 없는 아픔이었다.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 내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살고 싶어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아픔을 과거형으로 끝맺고 싶어졌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본인의 강고한 회복에 대한 의지로 심신을 회복하고 서울시청에 복귀해 공무원으로 다시 일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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