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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나는 현실적인 상우에 가까운 사람"

기사등록 2021/11/18 17:28:47

기사내용 요약

SBS포럼서 '오징어게임' 통해 본 자화상 짚어
"차기작에서 고령화·세대간 갈등 다루고 싶다"
"딸에게 권총라이터 선물장면 가장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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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본 우리 시대 자회상을 짚었다.

황 감독은 18일 'SBS D 포럼'(SDF)에 연사로 참석해 시대의 자화상, 우리가 이야기 해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오징어게임에 투영한 우리 사회 모습을 이야기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오징어게임 흥행이 갖는 의미도 짚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경제적으로 빈곤에 몰린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게임에 참가한다는 콘셉트다. 사회적 약자들, 경제적으로 바닥에 있는 계급·계층들이 등장하는 것은 소재 특성상 당연하다"면서 "탈북자·이주 노동자·고령층,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처럼 실업자 같은 인물이 약자를 대변하며 등장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대표적 마이너리티들, 빈곤층"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일수록 이주 노동자가 사회에서 큰 집단을 이루고, 세계가 정치·경제적 문제로 들어온 많은 난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도록 소외된 사람을 대표격으로 선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에 어떤 문제의식을 담으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자본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지금 누구나 엄청나게 경쟁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 경쟁에서 낙오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사회 밑바닥으로 점점 내몰리게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며 "성기훈의 입을 통해 '과연 누가 이런 경쟁 체제를 만들었는지, 누가 우리 삶을 하루하루 절벽 끝에 서 있게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를) 게임 안의 말처럼 만들고 있는가에 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9월23일부터 11월7일까지 46일간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성기훈은 게임에서 우승해 상금 456억원을 챙긴 뒤 가족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돌아섰다. "나는 말이 아니야. 그래서 궁금해. 당신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황 감독은 "이 질문을 지금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21세기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성기훈은 능력은 없지만 인간성을 지키려는 인물이다. '조상우'(박해수)는 능력은 있지만 경쟁 사회에 내몰리면서 점점 인간성을 상실한다. '오징어게임 출연자 중 어떤 인물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감독은 "기훈과 상우에 내 모습이 반반씩 녹아 있는 것 같지만, 게임에 들어간다면 '상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게임이 벌어진다면 내가 아무리 착한 선의를 끄집어 내려고 해도 기훈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은 없다"며 "아마 가장 상우에 가까운 사람이 될 것 같다. 상우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현재 우리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생존 능력이 있는 편"이라며 "5~6번째 게임 정도까지 생존하고, 징검다리 쯤에서 탈락했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오징어게임 폭력성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어린 시절 즐겼던 추억의 게임을 전 세계가 생존게임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과 관련해 황 감독은 "작품 안에 나오는 폭력들이 리얼해 보이지만, 굉장히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폭력이다. 지금 이 사회와 그 안의 경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총과 죽음은 경쟁에서 낙오를 은유한 것"이라며 "리얼할 폭력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관람 불가 연령인 10대들이 여러 경로로 오징어게임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은 10대를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본 10대 학생이 있다면 우리 사회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며 "이미 어떤 경로로든 아이가 오징어게임을 봤다면 부모님이 대화를 통해 작품에서 자극적인 폭력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전해 순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황 감독은 차기작 주제로 '고령화와 세대 갈등'을 주목했다. "세계적으로 불평등, 공정성, 기후 문제, 세대 갈등, 성 갈등, 계층 갈등, 고령 사회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 많다"며 "모든 소재들이 할 얘기가 많은 것들이지만,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고령화 문제와 세대간 갈등을 얘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세계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황 감독은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기훈이 뽑기 방에서 뽑은 권총모양 라이터를 딸에게 선물한 모습을 꼽았다. 황 감독은 "딸이 권총 모양 라이터를 꺼내는 순간, 미국처럼 총기가 허가된 국가에서 다들 화들짝 놀랐다"며 "'어떻게 (진짜 총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 아빠가 딸에게 총을 선물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딸이 권총 모양 라이터 방아쇠를 당길 때 실제 총일까봐 걱정하는 반응을 보면서 총기가 허가된 곳에서 반응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귀띔했다. 기훈이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지 않고 돌아서는 장면에서 서양 시청자들이 불만을 표했다며 "아무래도 한국보다 서양이 조금 더 개인주의적이고 가족중심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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