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기준금리 오르면 취약차주 '직격탄'...내년 상반기 고비

기사등록 2021/10/14 10:11:30

최종수정 2021/10/14 10:53:17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힘입어 연체율이 개선됐던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카드사의 연체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비씨·우리카드)의 6월말 기준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13%로 작년 6월말보다 0.25%포인트(p) 하락했다. 신용판매 및 카드대출 부문 연체율은 각각 0.17%포인트, 0.70%포인트 개선됐다.

이같은 연체율 하락은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카드업계의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의 여파로 연체율이 낮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만기 연장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정책이 연체율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정부 정책이 끝나는 시기에는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연장됐다. 정부와 금융권의 합의 하에 지난달 특별 유예조치를 내년 3월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는데, 이 즈음에는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상황일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2일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 회복흐름이 우리가 보는 수준에서 혹시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것"이라며 "다음달 상황이 금통위가 보고 있는 상황과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게 다수 위원의 견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연 0.5%→0.75%) 이후에도 실질 기준금리 등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내년 기준금리 정책방향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의 흐름을 내다보면 내년에도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고,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이러한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서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계속 운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내년 1월 또는 2월에 추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0.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0.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정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저소득·취약차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카드사들의 부실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대출잔액 및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활용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 증가폭을 시산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시 이자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조900억원, 5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 규모도 지난해말 271만원에서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시 각각 286만원과 301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아무래도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취약차주들이 더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카드사들 역시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수요 감소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대출만기 연장 등의 정책이 종료된다면 연체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취약차주들이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는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연체율 자체가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출상환 유예를 영원히 해줄수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는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조정은 불가피한 일로 보여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취약차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책은 금융 쪽이 아니라 재정 쪽에서 담당해줘야 하는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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