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가조작 공방②] 어떤 종목인가

기사등록 2021/09/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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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감원, 증권사 9곳 480억 과징금 사전 통보
839개 종목과 계약…일부 종목 영향 받은듯
시장조성 계약 '종목별로 각각' 과징금 책정
"코스피·코스닥 같은 기준대로 과징금 부과"
종목별 과징금 부과 쟁점…'1건' VS '100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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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증권사 9곳에 대해 5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예고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시장 교란'을 벌인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이 시장에 관여했다고 본 종목 리스트에 유동성이 많은 종목이 대다수이고 낮은 종목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시장조성자 증권사가 계약을 맺은 839개 종목 중 일부를 대상으로 각각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벌였다고 판단하고 '종목별 과징금'을 책정했다. 증권사들은 종목별 과징금 부과 방식에 반발하고 있어 이후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 9곳에 대한 480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할 때 시장조성자가 반복적인 주문 정정, 취소를 통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를 종목별로 각기 다른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했다. 종목별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적용해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이 산출됐다.

어떤 종목 영향 줬나…'중간급' 유동성 종목 다수일듯
증권사들이 어떤 종목에 대해 영향을 줬는지 파악되지 않지만 중간급 유동성을 가진 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시장조성 계약을 맺은 종목 가운데 일부 종목들의 시세가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증권사들의 불필요하게 많은 주문 정정, 취소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장조성자 12곳은 지난 2019년 말 유가증권시장 666개 종목, 코스닥시장 173개 종목 등 839개 종목과 시장조성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성자가 계약을 맺는 종목에는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종목이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지난해 시장조성 계약을 맺지 않았다. 시총 10대 종목 바깥이나 코스닥 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고유동성 종목을 중심으로 많은 정정, 취소가 있었다고 보고 있어 시장조성 계약을 맺은 종목 가운데 유동성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 수준의 유동성을 보유한 종목에서 시세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주문량이 많은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에서 더 많은 정정, 취소가 있었다"며 "유가증권시장 종목이든 코스닥시장 종목이든 반복적 주문 정정, 취소 여부에 따라 같은 기준대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종목별 과징금 책정…공방 예고
금감원은 증권사가 종목별로 시장질서를 교란했다고 보고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이 산정됐다. 일각에서는 과징금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방식을 적용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종목별 과징금 부과 방식에 따라 실제로 시장조성 계약을 다수의 종목과 체결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일수록 많은 과징금을 사전 통보받았다. 200개 안팎의 종목과 시장조성 계약을 맺은 회사들이 1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사전 통보 때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금지)를 적용했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시장조성자 역할이 아닌,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고 봤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따른 과징금은 5억원 이하나 부당이득의 1.5배 이내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다만 부당이득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울 경우 3000만원으로 책정한다. 여기에 가중치를 둬 1500~4500만원으로 책정되는 식이다.

금감원이 증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종목별로 매긴 것은 과징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있다. 금감원은 각각의 위반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어 종목별로 부과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하지만 해석에 따라 묶어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기준에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며 "과징금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수 있고 그래서 금액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건별 과징금 부과의 '건'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한 증권사가 일정 기간 동안 실시한 교란행위 혐의를 모두 하나의 행위로 볼 수도 있고 종목별로 100여개까지 모두 다른 행위로 볼 수도 있다. 금감원과 증권사들은 내달 열리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서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시장조성자가 종목별로 각각 영향을 줬기 때문에 종목별 부과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증권사들은 많게는 200여개까지 시장조성 계약을 맺기도 해 개별 종목에 모두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 계약을 여러 종목과 맺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종목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를 모두 과징금으로 물려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조성 업무는 벌어들이는 금액이 크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많은 종목과 시장조성 계약을 맺을수록 과징금 규모가 커지는 구조로 보여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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