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지포인트 판 이커머스, 8월만 돌려준다니"

기사등록 2021/09/13 11: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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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안녕하세요. A사입니다. 머지포인트 서비스 축소로 불편을 겪고 계실 고객님께 사과와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머지포인트 8월 구매상품 외엔 A사에서 환불 접수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한 전자상거래 업체 공지)

"이건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저도 7월 구입 후 하나도 안 썼는데요. 오늘 전화 안 돼서 통화 못했는데 그래도 계속 항의할 거에요.", "유효기간도 8월31일까지였는데 7월 구입자도 해당하는 거 아닌가요."(업체 공지를 전한 9월7일 해외직구 카페 게시글에 달린 댓글)

20% 할인을 받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불 바우처 서비스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가 한 달 넘도록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머지포인트 운영사뿐만 아니라 상품을 팔고 선 환불에 소극적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을 함께 질타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무제한으로 '20% 할인'을 제공하는 선불 바우처다. 운영 2년여만에 누적 가입자는 100만명, 발행액은 1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무허가 사업을 중단하라'는 금융당국 권고를 받고 지난달 11일 밤 늦게 서비스 축소 운영을 발표하면서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이 대부분 이탈했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환불을 진행하고 있지만 포털사이트 피해자 커뮤니티 등에선 한 달이 다 되도록 받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만난 이커머스 한 관계자도 "수십만원이 묶여 있지만 자포자기"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서비스 축소 당일부터 지난 9월6일까지 머지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상담만 1만7158건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머지플러스만이 아니라 상품을 판매한 이커머스 업체들을 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머지포인트를 적극 광고하면서 고객을 모으기 위한 판촉을 벌였다. 모 이커머스 업체는 서비스 중단 사태 1주일 전 머지포인트를 사면 4000원을 즉시 적립해주는 '머지야 4랑해' 판촉 행사를 운영했다. 해당 업체는 "머지플러스 측에서 직접 진행한 행사"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해 '불매운동'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를 감수하고 환불에 나선 이커머스들도 있지만 그 범위가 8월 중 수일에 국한돼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방식과 기준도 업체마다 다르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1.08.13. mangusta@newsis.com
가장 먼저 환불 방침을 밝힌 11번가는 지난달 10일 하루치 머지포인트 결제분을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환급했다. 상품 내용이 표시·광고와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달리 이행된 경우 30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는 현행법을 준용해 8월 한 달치에 적용한 것이다.

위메프는 지난달 6~9일 머지포인트를 쓰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환급을 발표했다. 상품을 쓴 사람도 구매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중복 환불' 문제를 이유로 미사용 데이터를 입수해 환불에 나선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억울해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에게 잘못된 상품을 중개했다며 무한 연대책임을 질 근거는 법에 없다고 말한다. 7월 이전 머지포인트를 환불하라는 요구에도 다수 업체는 이미 정산이 다 끝난 상태라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오픈마켓을 비롯한 이커머스는 그 어느 채널보다 신뢰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다수 판매자를 비대면으로 소비지에게 소개하는 플랫폼 특성상, 판매자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플랫폼에서 자신이 겪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상수 용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9년 12월 서비스경영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신뢰는 구매자가 인지한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행동을 낮춰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유행 속 높아진 비대면 쇼핑 수요를 등에 업고 사세를 확장하며 상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체들이 우리가 머지포인트를 돌려줄 법적 책임이 없다거나 이미 도의적 책임을 다했다는 이유로 손을 놓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국 '제 살 깎아먹는 행위'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늦었지만 1만7000여건이 넘는 소비자 상담을 추려 집단분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곧 조정을 개시하기 위한 조사를 앞두고 있다. 피해자들도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앞두고 있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어도 올해 하반기 한국소비자원 조사와 법원 공판에서 성실한 자세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미 이머커스 업체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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