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폐지…전세난 해소 '단비' 될까?

기사등록 2021/07/22 07:00:00

최종수정 2021/07/26 09:11:23

서울 전셋값 6개월 만에 최대 상승…임대차법 시행·공급 물량 부족

재건축 전세 매물 늘어도 물량 제한적…"하반기 수급불균형 계속"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정부가 추진한 재건축 추진단치 소유주의 '실거주 2년' 규제 방안이 백지화 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전·월세 물량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시세표가 보이고 있다. 2021.07.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정부가 추진한 재건축 추진단치 소유주의 '실거주 2년' 규제 방안이 백지화 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 전·월세 물량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시세표가 보이고 있다. 2021.07.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화가 1년 만에 백지화된 이후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나오면서 전세난 해소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분양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을 철회했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규제 대책의 핵심으로, 재건축의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집 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면서 전세난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보호3법 시행과 겹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오르면서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주보다 0.02%p(포인트) 오른 0.13%를 기록했다. 서초·잠원동 등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0.30% 상승하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송파구(0.19%)는 방이·오금동 등 상대적 저가 단지 위주로, 강동구(0.15%)는 고덕·길동 위주로, 강남구(0.14%)는 일원·수서동 등 위주로 오르며 강남4구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비사업 이주 영향이 있는 동작구(0.22%)도 지난해 8월 첫째 주(0.27%) 이후 49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셋값 신고가 경신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부의 아파트실거래가조회에 따르면, 반포자이(전용면적 84.9㎡)는 지난 5월20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1월 대비 2억원 가량 상승했다. 또 지난 5월14일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9㎡) 전세 매물도 2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결국 전세난을 부추기는 등 주택 임대시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와 여당이 백기를 들었다.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폐지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전월세 매물이 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지난 12일 74건에서 일주일 만에 163건으로 120.2% 늘었다. 월세를 포함한 매물은 154건에서 278건으로 일주일 새 80.5%가 늘었다.

또 다른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매물 출회가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의 성산시영 단지에서는 일주일 사이 전세 매물이 20→40건(100%),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 단지 22→32건(34.7%),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45→55건(22.2%) 등으로 매물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폐지가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매물 부족 현상에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세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적잖은 부담이다. 재건축 단지에서 나오는 전세 매물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4.1로, 지난해 같은 달(97.9)보다 16.2p(포인트) 높아졌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하반기 신규 공급 물량이 감소도 불안 요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로 전세 매물이 증가해도 전세난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실거주 의무 폐지로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으나,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 정도의 물량 출회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임대차법 시행과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 주택임대시장의 여러 불안 요인들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세난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간 공급 대책이 필요하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셋값을 결정 짓는 주요 변수인 신규 입주 물량도 줄면서 전세난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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