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누렁이' 감독 "한국인 의외로 개고기 산업 현실 모르더라"

기사등록 2021/07/22 0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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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누렁이' 유튜브 무료 공개
미드 '프렌즈'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감독 연출 맡아
"개고기 소비 관련 사회적 논의 더 확산되길"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다큐 '누렁이' 포스터. (사진=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2021.07.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한국인이 개고기 산업의 현실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한국 사회에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었지요. '여러분은 개고기 소비와 관련된 상황을 지금 이대로 내버려 두실 건가요?' 선택은 한국인들의 몫입니다."

한국 개고기 산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누렁이(Nureongi)'를 유튜브에 무료 공개한 미국인 케빈 브라이트(66) 감독의 말이다.

지난달 해당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개고기 논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공개 40여 일째인 21일 기준 조회 수 36만 건을 넘겼고, 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반향이 일었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인들 중 3분의 2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개고기 소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처음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로 유명하지만, 다큐 연출자로도 활동해왔다. 2017년부터 4년간 개 식용 산업 실상을 추적해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돼온 '보신탕' 논쟁을 재점화했다.

개고기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특히 젊은 세대들은 보신탕을 먹는 인구가 많지 않아 더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시각도 있지만 전국 개농장은 1만개에 달하고, 연간 도살량은 최소 150만 마리 이상이라고 다큐 속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1년에 식용으로 사용되는 개는 150만∼200만 마리에 달하고, 수입은 연간 2800억∼56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식용견 농장 1만여 곳 가운데 정부 규제 아래 운영되고 있는 농장은 3000여 곳에 불과하다.
 
브라이트 감독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개고기 산업에 대한 정보가 일관되지 않고 너무나 제각각이었다"며 "한국인 대부분은, 개고기 소비가 합법적인지 아닌지,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개들이 식용으로 쓰이는지, 또는 한국에 얼마나 많은 개농장이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동물보호 운동가와 개 농장주들 양쪽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이 많이 있다. 한국 개고기 산업에 대한 큰 그림과 함께, 사실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보여주고, 나아가 한국인들이 개고기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짚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다큐 '누렁이' 스틸. (사진=저스트 브라이트 프로덕션즈 제공) 2021.07.21 photo@newsis.com

다큐멘터리는 한국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미국 가정집으로 입양 보내는 도브(DoVE·Dogs of Violence Exposed) 프로젝트 단체의 설립자 태미 조 져스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미가 이야기하는 연출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그는 "영화 속 이야기는 실화에 기반한 것이고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다고 본다"며 "개고기 이슈와 관련해 한국인들을 선정적으로 공격했던 기존 영화들과 달리, 개고기 이슈를 개인적이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는 개 농장주와 식용견 판매업자, 육견협회 관계자, 대학교수, 국회의원, 수의사 동물 보호가, 일반 시민까지 폭넓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개고기 산업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강형욱 동물 훈련사,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표창원 전 의원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동물운동가이기도 한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 홍혜걸 의사 등도 출연해 목소리를 냈다.

브라이트 감독은 "그분들이 말씀해주신 내용 모두 인상적이었다. 개나 고양이의 식용 판매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오신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다큐 '누렁이'를 연출한 케빈 브라이트 감독. (사진=웨버샌드윅 제공) 2021.07.21 photo@newsis.com


특히 다큐는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개농장 등 개고기 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비췄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밀집된 수많은 개들과 살아있는 개를 전기로 감전시켜 죽이는 장면 등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현재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하는 식품 원료로도, 축산물위생관리법상의 가축으로도 분류되지 않은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개 농장주나 산업 관계자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결국은 현실의 문제를 짚어보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그는 "개 농장주를 포함해 개고기 산업 관계자 누구도 나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개고기 산업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짚어보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고기 산업을 위한 법적 기준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개 식용을 반대하려면 다른 동물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반박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한국의 개고기 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위생상태에 대한 관리나 점검이 부족한 것이나,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키우고 도축하는 것 같은 문제들이다"고 들었다.

그는 이달 한국을 방문해 '누렁이' 상영 및 관객들과 대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했던 영화 상영 행사는 올 가을로 미루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제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개고기 소비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더 확산하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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