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망상 빠져 친부 살해…대법 "중형보단 치료 필요"

기사등록 2021/07/22 12:00:00

친아버지 살해해 1·2심서 징역 10년

法, 심신미약 인정…"귀책 크지 않아"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피해망상이 극심해져 친아버지를 살해하기에 이른 사건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인정하고 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중형을 선고하는 것보단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적절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및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6일 광주에서 자신의 아버지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신분열증이 있던 A씨는 가족들이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피해를 봤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런 마음 탓에 A씨는 친형과 아버지 B씨를 상대로도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피해망상이 심해져 결국 아버지 B씨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A씨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치료감호 청구를 하는 한편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심신미약에 따른 감경 사유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편집성 정신분열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법정에서도 맥락이 닿지 않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에 관한 자각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지게 된 데 A씨의 귀책사유가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1심은 A씨가 아버지 B씨를 살해하게 된 것은 원래부터 갖고 있던 반사회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자녀로 보인다"면서 "다만 자신이 진학한 학교가 부모 또는 스스로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진로 문제로 부모와 잦은 갈등을 빚으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다. 그 뒤 20대 후반부터 피해망상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 B씨는 범행 직전까지 누구도 꺼리는 A씨를 돌봐주는 사람이었다"며 "A씨도 법정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1심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친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극악무도한 범죄다"면서도 "단순히 형량을 늘려 엄벌을 가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볼 순 없다. A씨의 주된 잘못은 정신질환을 제때 치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에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고 야간에는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등의 준수 사항도 언급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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