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아트갤러리 전관에서 개인전
3년전 프랑스 여행 에즈 풍경 다시 그려
4m 설악~안양예술공원 풍경까지 40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양화 같은 산수화'다.
"선인장을 화선지와 먹으로 그리는 맛이 또 다르더라고요."
오용길 화백이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프랑스 파리 니스 에즈를 여행했던 풍경을 다시 화폭에 풀어냈다.
붉은벽돌 지붕과 다양한 열대 식물이 생생하게 그려져 마치 그곳에 있는 듯 쨍쨍한 햇빛마저 느껴지게 한다.
매년 봄이면 전시를 여는 오용길(75)화백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장에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사태로 건너뛰고 2년만의 개인전이다.
5일부터 서울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툭툭툭 봄길을 열고 점점점 맞이한 하얀 화폭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흐드러지고, 초록으로 밀고 나온 신록으로 에너지가 충만하다.
'실경 산수화가'로 '한국화단의 대가'이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작업하는 '열정 만렙'이자 '성실 만렙'으로 더 유명하다.
전시장에 찾아온 제자들과 지인들은 "아니 선생님 언제 이렇게 다 그리셨어요"라는 인사가 이어졌다.
실제로 전시장 A(65평),B(40평),C(70평)홀을 모두 채운 이번 개인전은 대형 미술관 못지않은 전시다.
가로 2m 세로 4m 화폭에 파노라마처럼 담아낸 설악산 그림부터, 안양예술공원 풍경까지 총 40여점을 걸었다.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오용길 화백은 "코로나 덕분에, 학교 작업실만 오가며 그렸다"며 싱글벙글했다. "최근 75세여서 백신 접종을 맞았다"며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고향인 안양의 풍광을 집중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전국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산수화를 그려냈다면, 자신의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매일 산책하며 마음속에 저장한 안양예술공원을 화폭에 기록했다."앞으로 안양의 풍경을 계속 그려나갈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특히 흰벚꽃과 진분홍 철죽이 활짝 피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치는 곳에 있는 조각상 '별을 든 소년'을 그린 작품은 마치 희망을 기원하는 메시지처럼 눈길을 끈다.
오 화백은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며 스쳐 지나가는 것도 그림으로 나오면 다양한 해석과 상상력이 작동된다"며 "그것이 그림의 매력"이라고 했다.
서울예고, 서울대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수묵담채화가로 꼽힌다. 27세에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아 주목받은 후 월전미술상·의재 허백련 예술상·이당미술상·동아미술상 등 주요 상이란 상은 휩쓸었다. 2019년 그의 그림 '서울-인왕산(2005)'이 청와대 본관 로비에 걸려 다시한번 주목 받았다.
오용길 화백은 1990년대부터 서양화에 밀린 한국화의 침체에도 버티며 승승장구해왔다. '전통 수묵화'의 희귀성과 현대 '수묵 풍경화'로 진화한 그림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상관없이 전시에 초대됐고 작품은 늘 팔려나갔다.
자신의 그림을 "전통적인 수묵 산수화가 아니라 지필묵채로 이룩된 풍경화"라 명명하는 그는 "하고 싶은 그림 그리면서, 또 대학교수로 제자들과 함께 해온 행복한 화가"라고 자부한다.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화의 전통을 지키며 실제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오 화백은 조선시대 진경산수화 대가인 겸재 정선의 맥을 잇는 '21세기판 겸재'로도 불린다. 비경과 절경만이 아닌 우리 주변의 풍경, 우리가 늘 보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산수화여서 더 특별하다.
"무엇보다 그림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그림이 말해준다.
멀리서 보면 수묵 풍경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나무 이파리들, 풀 하나에도 툭툭툭 피어나는 생명의 존재감을 확인할수 있다. 봄 여름 가을 풍경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줄 듯하다. 전시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