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적 기회 잡길" 공 떠넘긴 美…북미 신경전 이어지나

기사등록 2021/05/04 16: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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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정책 검토 완료 후 G7 회의서 외교전 나서
블링컨 "北 외교적 기회 잡길…말·행동 지켜볼 것"
"美 대화에 방점…北 요구 동시적·단계적 접근 수용"
정부, 대북정책 결과 환영…조속한 대화 설득 주목

associate_pic4[런던=뉴시스]정의용 외교부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출처: 외교부 트위터) 2021.5.3.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의 초점이 '외교'에 있다고 강조하고,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외교전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불만을 드러낸 상황에서 북한이 '외교' 요구에 호응할 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 역력한 만큼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비롯한 공조 수위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 정책 재검토를 완료했다고"고 밝힌 데 이어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가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하며 본격적인 외교전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 화상 기자회견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세심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며 "실질적인 외교를 이뤄내기 위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그런 외교를 탐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북한이 외교적 관여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진전하기 위한 방법들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잡기 바란다"며 "우리는 앞으로 며칠, 몇달 동안 북한의 말 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블링컨 장관이 전에는 외교와 제재를 같이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제재 얘기 없이 외교만 언급한 것은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북한이 원하는 동시적, 단계적 접근을 받아들이고, 들을 만한 준비가 되어 있으니 나와서 함께 얘기해보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방한 당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엔 '한반도 비핵화'라고 못박으면서 한국 정부와 북한이 선호하는 표현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북미가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를 완수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책은 '일괄 타결'을 이루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를 모색할 수 있다"며 "미국과 동맹, 주둔 병력의 안보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청년동맹 제10차 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1.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상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의 공을 북한에 떠넘겼지만 여전히 온도차가 감지된다. 그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예의주시해왔던 북한은 지난 2일 3개의 담화를 잇따라 발표하고, '상응한 조치'를 언급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에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며 억제는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미 압박 차원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무력 시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외무상보다 급이 낮은 미국담당국장과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선 만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당분간 북미 간에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북미관계 수립 열쇠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고 제시한 만큼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유예 또는 면제 관련 구체적인 조치가 논의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런던에서 진행된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 정부는 실용적, 단계적 접근을 골자로 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본격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하루 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북미 대화의) 판을 조금 키워야 되는데, 체제 보장에 관한 미국의 양보 조건, 불쏘시개가 담겨 있느냐가 키이다"며 "종전선언이나 불가침 선언 등을 약속하는 건 지금 부담이 크게 없는 만큼 북한의 행동을 봐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면 북한도 체면이 서고 북한이 나올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정책 안에 어떤 비핵화 방안이 들어갔는지가 관건인데, 트럼프 전 행정부 때보다 전향적 방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남북 합작사업 등을 언급할 수 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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