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암호화폐 잘못된 길"에 투자자 '부글부글'

기사등록 2021/04/23 13:40:24

최종수정 2021/04/23 16:01:52

"시대착오적 발상", "무지에 나온 용감한 발언"

'이중적 태도'…"실리만 추구, 보호는 나몰라라"

"어른들이 가르쳐야"발언에 "공정 무너져' 울분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남우 국가보훈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투자자를 향해 "보호할 수 없다", "잘못된 길"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도 '시대착오적 발상', 실리만 추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이중적 태도'라며 분개했다.

23일 암호화폐 투자자 및 업계에서는 은 위원장의 발언에 금융당국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거두는 등 실리는 추구하면서도 정작 산업 발전이나 투자자 보호는 나몰라라 하는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게다가 투자자를 가르치려는 듯한 은 위원장의 태도를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투자자 보호개념, 즉 보호할대상이냐에 대한 저희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이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과세 대상이 되는데 투자자들은 제도 보호망 밖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은 위원장은 "공식화하고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더 투기열풍이 불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1.04.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1.04.21. [email protected]

투자업계는 지난 3~4년 전 암호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하던 당시 정부의 입장과 변한게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업권에 대한 정부의 무지를 지적했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산업에 대한 시각은 4년 전과 그대로다. 바뀐게 없다는 점에 실망스럽다"며 "그동안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기술도 발전해왔다. 과연 정부에서 해당 산업을 제대로 학습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이를 제도권 내에서 키워보려고 법도 만들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물론 업계에서도 최근 시장이 일부 과열됐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열 여부를 떠나 위원장 발언은 업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무지에서 나온 용감한 발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실리는 추구하면서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도 비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 테두리에 두고 육성을 병행하려는 선진국이 있는 반면 전면 불법이라고 선언한 터키나 인도 등도 있다. 무엇이 맞는지 아직 알 수 없다지만 최소한 다른 국가 정부들은 태도를 확실히 정하지 않았나"라며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고 자기들이 누릴 세금같은 실리는 추구하되 책임이나 보호, 산업발전은 나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정말 무책임하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법을 만들어 육성한다고 하면 업계에서도 납득하지 않나. 우리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는 거니까. 아니면 불법으로 아예 막아버리면 우리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사업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정을 할텐데"라며 "이런 애매한 정부 태도가 업계나 투자자 모두 갈팡질팡하게 만든다"고 질타했다.



투자자들은 은 위원장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특히 분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왜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지 정말 모르는건가. 공정이 무너지고 부동산은 쳐다볼수도 없는데", "(기득권층은) 모르는 일이겠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하는거냐" 등의 울분이 연이어 올라왔다.

아울러 "점잖은 척 야단치면서 뒤로는 세금 뜯어가는 건 맞는 일이냐", "자기들 배는 불리면서 서민들은 더 궁지로 만드는 것은 아나" 등의 비야냥도 다수 올라왔다. 이 밖에 "암호화폐에 대한 판단과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 세계와 연결된 업권인데", "암호화폐 가격은 우리 국민들이 투기로 올린 게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이 만든 가격이다. 그 원인을 파악해 대응책을 준비하는 게 먼저 아닌가" 등 지적도 제기됐다.

 전날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을까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만1585명이 동의한 상태다.

그는 "금융위원장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던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냐"며 "국민 생존이 달린 주택은 투기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 하에 자릿세를 뜯어갔다. 그런데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며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는 것이냐"라며 "이미 선진국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는데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냐. 정부의 뒤쳐진 판단에 세계적 흐름에 뒤쳐진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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