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승리도취 경계했던 文…재보궐 참패에 "더 낮은 자세"(종합)

기사등록 2021/04/08 13:12:31

최종수정 2021/04/08 13:20:47

文대통령 "국민 질책 엄중 수용…무거운 책임감"

3년 전 우려가 참패로…유능·도덕성·겸손 '정반대'

결과 확정 반나절 만에 신속 입장…'셀프 반성문'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4.05.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4.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4·7 재보궐선거 참패 결과와 관련한 공식 입장에서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한 것은 3년 전 우려하고도 참패를 막지 못한 결과를 받아든 데 따른 '셀프 반성문'으로 읽힌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당청 간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문에서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던 앞선 두 차례의 선거 때와 달리 빠르게 입장을 낸 데에서 민심 이반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이 느껴진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승리 때는 닷새 만에, 지난해 총선 승리 때는 이튿날 오후에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확 줄어든 입장문 분량에서도 선거 참패 결과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고스란히 읽힌다. 3문장, 28개 단어로 이뤄진 짧은 입장문은 지난해 총선 결과 입장 때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3년 전 지방선거 승리 후 당부했던 3가지 사항에 대한 반복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치른 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14곳을, 226명을 선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51곳에서 압승을 거둔 결과 당시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선거 결과에 도취되지 말 것을 주문했었다.

스스로 '등골이 서늘', '등에서 식은땀'의 표현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앞세웠던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유능함, 초심을 잃지 않는 높은 도덕성, 국민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 등 3가지를 반드시 갖춰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3년 동안 당부했던 3가지 모두를 지키지 못한 결과로 참패를 받아들자 '더 낮은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6.1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6.18.  [email protected]
당시 문 대통령은 "처음 해 보는 일이여서 좀 서툴 수 있다는 핑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정말로 유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유능함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된다는 자세를 꼭 명심해달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높은 도덕성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도덕적인 흠결만 보여도 국민들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며 "특히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청산이고, 그 중심에 부정부패의 청산이 놓여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그런 국민들이 바라는 그런 중요한 국정 과업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라면 국민을 받드는 겸손한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위기 속에서 치러진 지난해 4·15 총선에서의 180석을 거머쥔 민주당의 압승 결과를 두고도 자만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형식과 분량면에서 지방선거 승리 때와 견줘 줄어든 특징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지난해 4월16일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대독하게 한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문에서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4.7재보선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브리핑 한 후 인사하고 있다. 2021.04.08.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4.7재보선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브리핑 한 후 인사하고 있다. 2021.04.08. [email protected]
그러나 문 대통령이 앞선 두 차례 선거를 통해 끊임없이 겸손한 태도와 국정운영의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정 결과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반대로 흘렀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참모진 다주택 논란에 이어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내로남불' 비판 속에 불명예 퇴진했다. 2·4 공급대책을 통한 시장 안정 효과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정책의 진정성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책임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던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정점 국면에서 읍소 전략으로 선회했지만 참패를 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 속엔 지난 3년간 강조해왔던 '유능함·도덕성·겸손함' 3가지 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자성적 인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청와대의)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 될 것"이라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의 청산 등을 위해 매진, 반드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해 내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