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공급대책, 디테일이 승부처다

기사등록 2021/04/07 15: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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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불과 반 년 전 '공급은 충분하다'고 했던 정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최근 아파트 공급 확대에 모든 걸 쏟아 붓고 있다.

'물량공세'와 '속도전'이 놀라울 정도다. 앞으로 4년 동안 새 아파트 83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엄청난 계획을 발표한 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후속대책을 내놓고 있다.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던 정부가 3년 만에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태세를 전환한 점을 두고 '달라졌다'는 반응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공급대책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미진한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의 목표 설정 후 여기에 끼워 맞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83만 가구 목표 중 정부 의지대로 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신규 공공택지를 통한 26만3000가구와 신축 매입을 통한 6만가구 등 32만 가구 정도뿐이다.

공급 목표 물량 중 33만 가구를 배정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정비사업은 모두 민간 소유 토지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라 민간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물량이 사실은 '희망사항'인 셈이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1차 후보지 21곳도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 모두 지자체가 신청한 곳들이다. 사전 여론 수렴이나 시장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재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했지만 LH 사태에 따른 공공 불신과 민간 재개발 선호 기류 등의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공직자 투기의혹 사태의 시발점이 된 1차 신규택지 발표(광명 시흥 등)에 이어 정부는 이달 중 2차 신규택지를 발표한다. 확실한 투기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후 한 달 만에 내놓은 2·4 대책이다 보니 정책 효과를 꼼꼼히 따져볼 새 없이 바빴을 것이란 고충은 이해한다. 물량을 늘려 부동산 민심을 잡아보려 공급 목표를 높이 잡은 것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설계와 디테일이다.

그동안 투기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며 정작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통해 다주택 투기를 풀어놓는 실수를 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전국의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정책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취임 초부터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던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만은 정말 제대로 해보자는 간절한 당부일 게다.

국민들은 이번 대책이 제대로 시장에 안착해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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