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확대, 사교육비 폭증 요인…'논술형 수능' 로드맵 내놔야"

기사등록 2021/03/09 16:33:4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년 사교육비 조사 분석

"중·고 사교육비 늘어…원격수업, 교육격차 불안"

"논술형 수능, 전문가들은 회의적...단계적 전환해야"

[서울=뉴시스]지난 2019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정부의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분석 및 사교육비 경감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본창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19.03.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2019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정부의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분석 및 사교육비 경감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본창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19.03.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9일 사교육비가 폭증해 온 원인으로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방침에 따른 혼란을 꼽았다.

사걱세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방안을 단계적으로 교육 현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만으로도 대입 준비가 가능하다고 받아들여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으나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을 두고는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과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이 사교육 수요로 이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사걱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고교 사교육비 증가는 대입 혼란과 2017년부터 유지되는 '불수능(어려운 수능)' 기조가 주요 원인의 한 축"이라며 "학교 교육만으로 대입 준비가 가능하도록 시그널(신호)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과 맞물려 준비중인 대입 개편과 관련 "고등학교 때 다양한 선택과목의 선택 가능 여부, 성취도 등이 대입의 열쇠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정책 기조인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 확대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된 대입제도는 수능이나 각 대학에서 설계하는 입학 전형 요소 변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며 "새로운 제도가 잘 연계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2월17일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체 고교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고교가 대학처럼 시간표를 짜 학점을 이수하고, 절대평가를 확대한다.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과 대학입시 방향을 개편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관련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구 국장은 "(고교학점제에 따른) 미래지향 수능은 논술형 방식이 사사된 바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며 "논술형 수능을 교육과정을 통해 대비할 수 있다는 충분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5지선다형 수능의 영향력이 과도한 상황에서 단계적 로드맵을 정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소영 사걱세 정책팀장은 "수능 난이도나 출제 범위가 현행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이른바 '킬러문항' 출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 촉진, 선행교육 규제법 등에 수능과 대입시험을 명시해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돼야 한다고 공표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10일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1년 전(32만1000원)보다 4만원 가까이 줄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0일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1년 전(32만1000원)보다 4만원 가까이 줄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날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사교육 수요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했다.

정부 조사 결과 사교육 참여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이 31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9% 줄었지만 중학생(49만2000원)은 2.5%, 고등학생(64만원)은 5.2% 각각 증가했다.

사걱세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고등의 경우 사교육 수요가 줄지 않거나 도리어 늘어난 것"이라며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과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이 사교육 수요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60.7%)과 주당 참여시간(5.9시간)이 전년 대비 각각 0.3%포인트, 0.2시간 늘어난 것도 사교육 수요가 사실상 늘어났다는 지표로 꼽았다.

사걱세는 "코로나 상황에서 등원형 사교육이 인강, 스마트기기 등을 활용한 원격 사교육으로 전환됐고, 원격 사교육이 일반적으로 등원형 사교육에 비해 참여시간이 줄어든다"며 "이를 감안할 때 고교생 사교육 참여시간 증가폭은 예년 대비 보다 크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걱세는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교육부가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수능이 출제될 수 있도록 관계법령에 수능을 포함한 대입시험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 통신판매업과 스터디카페를 활용한 미등록 불법 사교육을 규제할 법률을 마련할 것 등을 함께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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