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동결자금 일부 해제 절차 공감했지만…美 승인 관건

기사등록 2021/02/23 16:52:10

이란 중앙은행 총재, 22일 유정현 주이란 대사와 회동

이란 "한국 내 동결자금 이전 및 사용 방안 합의" 발표

외교부 "韓제시안에 이란 동의…국제사회와 협의 필요"

[서울=뉴시스] 22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한국 내 동결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유정현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만나 회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이란 정부 사이트> 2021.02.23
[서울=뉴시스] 22일(현지시간) 이란 정부가 한국 내 동결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유정현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만나 회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이란 정부 사이트> 2021.02.23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한국과 이란 정부가 국내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의 일부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적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대이란 제재 조치의 당사자인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제 동결 자금 해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유정현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금의 이전과 사용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회동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며 "유 대사는 한국 정부가 한국에 있는 이란의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이와 관련해 아무런 한계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헴마티 총재는 "이란 정부는 한국의 접근 방식 변화를 환영한다"며 "다만 이란 중앙은행은 한국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데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부정적인 선례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로 교역을 진행해 왔다. 이란에서 원유 등을 수입한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두 은행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국내 원화계좌도 동결됐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란 측의 발표로 양국이 동결 자금 해소를 위한 핵심 쟁점에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부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국내 동결 원화자금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이란 측과 협의해왔다"며 "현지시간으로 22일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 총재 간의 면담 시에 이란 측이 우리 측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 대변인은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보다 필요한 만큼 향후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한 소통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그간 이란과 동결 자금을 이전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해 왔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세부 사항까지 합의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기본 방향 하에서 미국과 협의를 개시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자금이 풀리는 것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 특별한 상황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유엔 분담금 대납 문제와 스위스 채널을 활용한 방안 등과 관련해 세부적 절차에 대해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양국은 동결 자금 해소 방안으로 스위스형 인도적 교역채널(SHTA) 활용 방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1월 개시된 스위스형 교역 채널은 국내 은행에 동결된 돈을 스위스 은행으로 보낸 후 스위스에서 약품이나 식량 등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란이 유엔 총회 투표권을 회복하기 위해 내야 하는 분담금(1625만 달러, 약 180억원) 가운데 일부를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대납하는 방안도 세부 논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외교부 당국자는 "분담금을 낸다는 건 협의가 끝나고, 굉장히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달러가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는 형태의 방안을 강구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유럽 3개국(E3·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은 JCPOA 복귀를 위해 이란과 논의할 준비를 마쳤다고 1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블링컨 장관이 모습. 2021.02.19.
[워싱턴=AP/뉴시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유럽 3개국(E3·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은 JCPOA 복귀를 위해 이란과 논의할 준비를 마쳤다고 1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블링컨 장관이 모습. 2021.02.19.
다만 대이란 제재의 당사자인 미국의 동의 없이는 동결자산 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 사회의 소통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고, 결과에 대해서도 한-이란 간에 수시로 공유되고 있다"며 "다만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이전 규모에 대해서도 "액수가 얼마냐, 언제 될 지에 대해서는 한-이란 간 의견 접근 외에도 국제적 소통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놓고 이란과 미국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란 측이 동결자금 문제를 부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이란과 미국 간 협상 상황에 따라 동결 자금 해제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당국자는 동결자금 해제와 JCPOA 협상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실제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부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이란 양국이 동결 자금 해소 방안에 공감하면서 억류 선박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앞서 이란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억류하고 있는 한국 선박의 선원 19명을 석방한다고 2일 발표했다. 하지만 선장과 선박은 해양 오염과 관련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석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영삼 대변인은 "이란 내에서 이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책임자들과 주이란 한국대사관 간의 외교적 소통, 서울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 등이 계속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하선해 귀국을 희망하는 우리 선원들의 귀국을 촉진시키기 위해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