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형 잠수복 착용해 체온 유지·부력 확보
관리 허술 배수로 통과한 뒤 길 따라 남하
검문소 보이자 사살될까 두려워 해안 숨어
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남성이 월남한 지난 16일 동해 연안 해류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0.2노트(시속 0.37㎞)였다. 해수 온도는 6~8도, 바람은 초속 10~13m로 강한 서풍이 불고 있었다.
이 남성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영 시작 지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 때문에 군은 출발 지점과 출신 지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16일 오전 1시5분께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당도했다. 그는 오리발과 얼굴 부분만 뚫려있는 일체형 잠수복을 착용했다. 잠수복 안에는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착용했다. 이 같은 복장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력을 얻을 수 있었다.
겨울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수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군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참고로 미 해군의 잠수 교본을 보면 수온 7도에서는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며 "실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데이터로 봤을 때 충분히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남녘땅에 도착한 남성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어 돌 사이에 뒀다. 물안경과 숨대롱(스노클)을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장에서 발견되지는 않았다. 방수가 잘 된 덕에 패딩에는 물도 거의 묻지 않았다.
그는 내륙으로 들어갈 통로를 찾기 위해 400m 정도 해안을 따라 남하하다가 오전 1시40~50분께 동해선 철로 인근 해안 철책 아래에서 관리가 허술한 배수로를 발견했다. 지름 90㎝인 이 배수로의 차단막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다. 그는 큰 어려움 없이 구멍으로 진입한 뒤 길이 26m짜리 배수로를 기어서 통과했다. 내륙 쪽에는 차단막 자체가 없어서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 위해 해안 쪽에서 낙엽을 덮고 수면을 취하다 당일 오전 7시27분께 검문소 동북방 약 1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은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반신만 낙엽으로 덮여있었다. 그가 가져온 방역 마스크는 바로 옆 나무에 걸려있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이고 어업 관련해서 부업을 해서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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