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귀순 北남성, 해류 타고 남하…어업 종사해 바다 익숙

기사등록 2021/02/23 12:28:06 최종수정 2021/02/23 12: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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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잠수복 착용해 체온 유지·부력 확보
관리 허술 배수로 통과한 뒤 길 따라 남하
검문소 보이자 사살될까 두려워 해안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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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강원 고성군 해안을 통해 귀순한 북한 남성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던 연안 해류를 타고 헤엄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북한에서 어업에 종사해 바다에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남성이 월남한 지난 16일 동해 연안 해류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0.2노트(시속 0.37㎞)였다. 해수 온도는 6~8도, 바람은 초속 10~13m로 강한 서풍이 불고 있었다.

이 남성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영 시작 지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 때문에 군은 출발 지점과 출신 지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16일 오전 1시5분께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당도했다. 그는 오리발과 얼굴 부분만 뚫려있는 일체형 잠수복을 착용했다. 잠수복 안에는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착용했다. 이 같은 복장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력을 얻을 수 있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 pak7130@newsis.com
군 관계자는 "당일 파도가 높았지만 저희들이 파악하기는 해류 방향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며 "바다에 익숙한 귀순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만으로도 수영은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겨울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수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군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참고로 미 해군의 잠수 교본을 보면 수온 7도에서는 5시간 이상 바다에서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며 "실험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데이터로 봤을 때 충분히 수영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남녘땅에 도착한 남성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어 돌 사이에 뒀다. 물안경과 숨대롱(스노클)을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장에서 발견되지는 않았다. 방수가 잘 된 덕에 패딩에는 물도 거의 묻지 않았다.

그는 내륙으로 들어갈 통로를 찾기 위해 400m 정도 해안을 따라 남하하다가 오전 1시40~50분께 동해선 철로 인근 해안 철책 아래에서 관리가 허술한 배수로를 발견했다. 지름 90㎝인 이 배수로의 차단막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다. 그는 큰 어려움 없이 구멍으로 진입한 뒤 길이 26m짜리 배수로를 기어서 통과했다. 내륙 쪽에는 차단막 자체가 없어서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 pak7130@newsis.com
이 남성은 동해선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오전 4시18분께 7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검문소가 보이자 도로 동쪽 보호난간을 넘어서 해안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귀순의사를 밝히지 않고 숨은 것은 어두운 새벽 시간에 사살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월남하면 한국군에 사살 당한다는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 위해 해안 쪽에서 낙엽을 덮고 수면을 취하다 당일 오전 7시27분께 검문소 동북방 약 1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은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반신만 낙엽으로 덮여있었다. 그가 가져온 방역 마스크는 바로 옆 나무에 걸려있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이고 어업 관련해서 부업을 해서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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