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온라인 플랫폼 규제, 밥그릇 싸움할 때인가

기사등록 2021/02/22 17: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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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정부에서 합의해 마련한 단일한 합의안이다. 국무회의에서도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맡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지난 9일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 자체를 보는 것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서로 안 하겠다는 것은 문제지만, 서로 하겠다는 것은 조정하면 된다. 공정위와 잘 조정해보겠다."(지난 18일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

요즘 공정위와 방통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권 선점'이다. 당초 공정위가 실태 조사, 정부안 마련, 입법 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밟아 공정화에 초점을 맞춘 입법을 추진해왔는데, 방통위가 뒤늦게 끼어들었다. "이용자 보호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의원(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한 것이다.

공정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즉시 "청부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입법 과정에서 국무회의를 거치며 공정위 안으로 단일화 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방통위를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방통위 접근이 더 포괄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합의된) 정부안은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견은 합치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까지 관련 법안 발의에 가세하면서 규제권을 다투는 상임위는 3개로 늘어났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까지 나서 조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양 부처 간 싸움에 국회 상임위까지 합류해 힘겨루기 하는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괜찮은'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우선 각 부처는 규제권을 가져올 경우 몸집을 불릴 수 있다. 관가에서는 어느 부처가 이를 맡든 '국' 단위의 조직은 신설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하 과까지 포함할 경우 30명 안팎의 인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산하 기관 설립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담당 부처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이 해당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부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소속 상임위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권을 쥐면 관련 법안 발의,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된다.

국회 상임위와 부처가 구글·네이버·쿠팡의 목줄을 서로 쥐겠다며 아웅다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입점업체의 피해는 커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 불이행·품질 불량 등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 구제는 1만6974건 접수돼 2019년(1만5898건) 대비 6.8% 증가했다. 지난 2016년(1만331건)에 비해서는 64.3%나 늘었다.

단일한 정부안으로 마련됐다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완전한 것도 아니다. 학계에서는 이 법에서 핵심으로 내세우는 '계약서 작성 의무 부과'와 관련해 "기존 법안의 내용을 복사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충분한 시장 조사 과정을 거쳐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합리적 수준의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우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서 '중복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경쟁 당국이 아닌 방통위가 법률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를 금지할 경우 인앱(In-app·앱 내) 결제 정책을 쓰는 구글 및 미국과 통상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실태 조사가 너무 부실하다"고 했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뒷받침되지 않는 졸속 입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는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안 815건 중 73%가 규제를 위한 것이라는 통계를 언급하며 "법률이 더 필요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수술대에 누워 있다. 정부는 '메스를 누가 쥘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수술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에는 현재 발의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과정도 포함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실태 조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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