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값 1년 새 2배…잠잠하던 강남도 '꿈틀'

기사등록 2020/11/21 06:00:00

저금리에 지방 아파트값 자극…서울도 매수 재개

서울 은마 '게걸음'인데, 부산 삼익비치 12억 급등

부산 매수세 결국 진정…"부동산 버블 경계해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매수 관망세가 컸던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바닥을 짚고 반등을 시작해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시장은 그동안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발표로 호가를 수억원 이상 낮추지 않고서는 거래 성사가 어려웠다.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쌓이는 등 급격한 거래 관망세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 특히 부산 아파트값 급등세가 서울 아파트값을 자극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 규제 표적인 강남 아파트값이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아파트값은 불과 1년 새 2배로 뛰었다. 정부가 최근 부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이상 과열 현상에 대응하고 있지만, '뒷북 규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거래일 기준 3926건으로, 전월(3770건) 수준을 넘겼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1만5615건)을 정점으로 ▲7월 1만646건 ▲8월 4986건 ▲9월 3770건 순으로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10월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거래시장에 찬바람이 불던 강남구마저 전날 현재 189건으로 나타나 전월(179건) 거래량을 웃돌고 있다. 신고기한(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인 이달 말까지 열흘 정도 남아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달도 최근 20일간 65건이 신고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구로구(73건)에 이어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관망세가 컸던 고가 재건축 단지에서도 거래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동 일대 초기 재건축의 경우 약세를 보이다 최근 며칠 새 매수세가 늘어나며 조정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고, 토지거래 시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거래 허가 신청이 다시 접수되는 등 거래가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은 지난 10월 첫째 주 상승을 멈춘 이래 보합(0.00%)과 하락(-0.01%)을 오가고 있으나, 최근 강남 지역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재개되자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산 아파트값 폭등세가 서울 부동산 시장 자극

업계에서는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부산 아파트 매매시장의 과열을 든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반면, 부산 지역의 경우 최근 1년 새 아파트값이 2배 가깝게 뛰어 격차를 좁히고 있어서다.

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 올해 누적 상승률은 마이너스(-) 1.87%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다.

강남 아파트값의 '풍향계'로 여겨지는 은마 아파트 전용 84㎡는 올해 1월 22억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6월 19억1000만원으로 내리는 등 정부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8월28일 같은 크기가 23억8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며 아파트값이 반등했지만, 그 이후 집주인이 호가를 1~2억원 이상 낮춰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며 3개월 넘게 거래절벽이 이어졌다. 정부가 대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데다,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여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탓이다.

반면 비규제지역인 부산은 급격한 오름세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삼익비치타운' 전용 148.20㎡(11층)는 지난달 24억원에 매매 거래가 성사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억~13억원에서 거래됐으나, 지난해 11월8일 부산 수영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급격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6억원을 돌파했고, 올해 6월에는 20억원을 넘겼는데도 상승세가 지속됐다. 정부는 지난 20일 수영구를 포함해 해운대·동래구·남·연제구 등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다시 지정한 상태다.

대형뿐 아니라 중형 크기 아파트도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4㎡도 이달 15억2700만원에 거래가 성사돼, 올해 최저가 8억원(1월) 대비 2배 가깝게 올랐다.

지방 아파트값이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시장을 선도한다는 은마 아파트를 불과 수억원 격차로 추격하자 서울 아파트값의 심리적 지지선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 진정되면, 서울도 소강 국면 맞나…"버블에 경계해야"

정부가 지난 20일 부산 일부 지역을 규제하고 나서자 부산시 아파트 매매시장은 열기가 급격하게 식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오후 현재 규제 시행 하루 만에 삼익비치는 매물이 136건에서 147건으로 늘고, 이 중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도 5건에서 12건으로 7건 늘어나는 등 찬물을 끼얹은 듯하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주담대)이 9억원 이하는 50%, 9억원 초과는 30%가 적용되고, 주택구입 시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주담대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금융규제도 문턱도 높아진다. 1순위 거주요건 등 청약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상 보유자 종부세 추가과세 등 세제 규제가 강화된다.

규제지역의 아파트를 사는 것도 어렵지만, 더 이상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쉽지 않게 됐다.

'뒷북 규제' 논란도 제기되고 있지만, 부산 지역에 몰리던 매수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 매수세도 다시 주춤해지는 등 다시 관망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시장을 자극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워낙 많이 풀려 부동산이나 주가 같은 자산가격에 버블을 확대시키고 있다"면서 "지나친 가격 거품에 대해서 경계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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