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압박, 노사는 반발...정부, 노조법 개정 앞두고 '내우외환'

기사등록 2020/11/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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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중반 '한-EU FTA 분쟁해결' 결과 주목
'권고' 나올 시 ILO 핵심협약 비준 이행해야
비준안 연계 노조법 개정 노사 반발에 진통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연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법(노조법) 개정을 추진 중인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중반 발표 예정인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 절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에 대해 EU가 "FTA 이행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온 만큼, 결과에 따라 협약 비준 등 FTA 이행 의무와 불이익 조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기에 EU의 압박과 별개로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위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노조법 개정을 놓고 노사 모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EU FTA 규정에 따라 지난해말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이번 주 중반께 우리 정부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이 FTA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 '패널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앞서 전문가 패널은 양측으로부터 각자의 입장을 서면으로 제출받았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8~9일 이틀간 화상으로 구두 심리를 진행했다. 패널 보고서는 심리 후 45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패널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규정상 '권고'(recommendation) 또는 '조언'(advice) 등의 판단이 담길 것이란 게 우리 정부의 관측이다.

권고는 우리 정부가 FT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나오는 것으로, 가장 높은 조치에 해당한다. 이 경우 협약 비준 등 FTA 이행 의무가 발생하며 이행 상황은 한-EU FTA '무역과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만약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협약 비준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노길준 고용부 국제협력관(국장)은 "페널티 부과 등의 특별한 규정이 없고 규정상 무역 중단 조치는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도 "EU에서 원산지 검증 강화 등 비무역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가 최근에 공개한 전문가 패널 심리록을 보면 EU는 '패널 보고서 발간 이후에 가능한 후속 조치가 무엇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역 조치 외에도 다양한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EU는 "(FTA 규정은) 피소국이 패널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소국의 FTA에 따른 무역 양허 중단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양 당사자가 국제법에 따라 기타 적절한 대응책을 채택할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단 정부는 패널 보고서 결과와 별개로 현재 국회에 제출된 비준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ILO 핵심협약은 기본적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190개 협약 중 8개로, 아직 우리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것은 4개다.

정부는 이 중 정치적 견해 표명 등 처벌로서의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105호를 제외, ▲강제노동 금지(군 복무는 예외)에 관한 제29호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에 관한 제98호 등 3개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노 국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EU가 압박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노동존중사회'의 방안이기도 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계속 추진해나가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협약 비준과 함께 노조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사의 자유 등 비준안이 통과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데, 현행 노조법 등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이들의 사업장 출입 제한,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사업장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해고자 등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 사업장 내 주요시설 점거금지 등이 노동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등이 노조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사측의 대항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입법 공청회에서도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수정 보완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안=최선안'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류경희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국장)은 "노사 균형을 최대한 맞추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름 고심해서 만든 것"이라며 "(국회에서) 좀 더 논의를 진행해봐야 방향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선(先) 비준안, 후(後) 개정안 처리에도 선을 그었다.

노 국장은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준안만 처리되면 서로 충돌해 극심한 혼란 상태가 올 것"이라며 "반드시 비준안과 개정안이 병행해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총파업과 총력 투쟁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오는 30일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다음달 3일 환노위 전체회의, 9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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