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똥볼 찰 수도"…野 '신공항 딜레마' 반격 카드는

기사등록 2020/11/2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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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주호영 등 가덕도 신공항 입장 엇박자
"신공항 사업 당위성 검토 후 당론 결정" 지적
"김해 신공항 검증 과정 절차적 적법성 짚어야"
"노무현 공항 명명? '민주당 공항'을 만들 속셈"
"與 제안 수용해 영남 발전 계기 삼자" 의견도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자근 의원 주최로 열린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고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부·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속도전 앞에서 사분오열하며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이 정국 전환을 위한 '반격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신공항 입지 후보군을 놓고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이 TK(대구경북)·PK(부산경남)로 양분되고, 당 지도부도 이견을 노출하면서 여권의 프레임에 말려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구도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이 불리해보이지만 민주당이 '똥볼'을 찬 것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야권에선 민주당의 신공항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우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신공항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당론을 정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단순히 가덕도 신공항 찬반 관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동남권 신공항이 현실적으로 필요한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인지 등을 근본적으로 검토한 다음 가덕도 입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의원총회가 TK·PK 의원 간 논쟁만 벌이고 성과 없이 끝난 것도 가덕도 신공항의 가부에만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박수영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 15인이 공동발의한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0. photo@newsis.com
정부·여당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과정에서 불거진 검증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 논란도 야권 입장에선 짚고 넘어갈 공략 지점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수삼 검증위원장이 김해 신공항 '백지화'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만큼 검증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보고 이에 대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찬반 논쟁을 할수록 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만큼 팩트를 파고들어야 한다"며 "검증 결과에 불법 시비가 일고 있는데 이런 논란을 국무총리가 방관할 것인지, 대통령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검증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이 침묵하면 야당은 입장을 밝히라고 더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등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7. photo@newsis.com
부산 가덕도 신공항명을 놓고 여권이 '노무현 공항' 논란을 촉발시킨 것도 야권에선 정치적 야욕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친문(親文) 진영에 속하는 조국 전 장관이 가덕도 신공항명을 "노무현 국제공항(Roh Moo Hyun International Airport)"으로 이름 붙이자고 하자, 야권에선 "차라리 '오거돈 국제공항'을 적극 고려해 보라(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그냥 '문재인 공항'이라고 하세요. 문통 각하의 선물이니까(진중권 전 교수)" 등의 냉소적 반응이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검증위에서는 김해 신공항 계획을 보완하라는 취지였지, 폐기·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라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나. 가덕도의 '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는데 정작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앞장서고, 심지어 '노무현 공항'으로 명명하자는 건 신공항 문제를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파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을 '민주당 공항'으로 만들려는 속셈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선 여당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침체된 영남권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을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진정성을 시험해볼 기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공항 후보지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민주당과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추진 자체에 깊이있는 고민을 한 흔적이 안 보인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신공항이 단순히 김해공항을 약간 더 증축하는 규모인 건지, 인천공항과 견줄만한 규모에 영호남을 아우를 만큼, 진짜 남부권의 중심지가 될 국제공항으로 만들 건지 정부 여당이 신공항의 기능, 규모, 추진계획, 예산 등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가덕도에 대형 국제공항을 짓는다면 전남과 전북, 경북에서 논스톱(nonstop) 접근이 가능하도록 고속도로나 철도 등 기반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신공항 문제는 정치 논리나 선거 공학이 아닌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 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며 "남부권은 수도권에서 독립해 자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으로 PK, TK, 호남, 충청을 아우르는 '남부권 신공항'과 '공항도시'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7. photo@newsis.com
반면 TK지역 한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물리적으로 100% 불가능한 지역"이라며 "어차피 신공항 문제는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될 것이라 굳이 우리 당이 논할 가치도 없다. 여당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오히려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럼에도 영남권 분열을 의식해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당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국민의힘 내부에선 점점 확산되고 있다. 차라리 여야 인사나 각 정당이 추천하는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초당적으로 신공항 문제를 협의하자고 여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 국책사업이 국민적 관심 사안과 맞닿아있고 국가 발전과도 직결된 중대 현안인 만큼 대권주자들이 나서서 신공항 이슈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지도부가 위기를 기회로 살릴 수 있는 묘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적극 검토"를,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 요구"를 주장하며 초반 엇박자를 낸 바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맹비난하고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이 김해 신공항 확장사업 유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자,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한 것도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가 "권력의 힘으로 내리눌러서 어떻게 하라고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총체적으로 무책임, 거짓말, 부실 이런 것이 압축된 사건"이라며 검증위에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정국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가 "이렇게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당의 분열을 막는 한편 대여 공세의 방향을 청와대로 정조준해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신공항 프레임 구도를 깨고 반문 진영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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