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6개월 입양아의 비극…안전망은 뭐했나?

기사등록 2020/11/18 16: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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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아이한테 할 말 없나." 

지난 11일 오전 10시15분. 서울 양천구에서 숨진 16개월 여아 A양의 입양모 B씨가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나타났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물리적 학대 전혀 안 했느냐', '아이 방임했느냐' 등 여러 질문을 준비해 30분가량 기다렸을 때였다.

10여대의 카메라가 일제히 B씨를 향하고, 기자들이 B씨에게 다가가자 돌연 그녀는 거의 뛰다시피 달려 법정으로 들어갔다. 준비했던 질문들은 그녀의 등 앞에서 흩어졌다.

부끄러웠다. 반드시 들었어야 할 대답을 듣지 못했다. A양의 죽음은 책임 있는 기관들의 총체적인 부실이 빚은 참사다.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마이크를 들이댄 언론이라고 자유로울까.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여아는 당시 온몸에 검은 멍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의료진은 당장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문제는 이 신고가 네 번째였다는 사실이다.

A양 학대의심 신고는 슬프게도 너무나 잦았다. 양천경찰서는 5월25일과 6월29일, 9월23일에 신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용의자였던 부모는 A양의 상처에 대해 여러 핑계를 댔을 것이다. 그리고 매번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데려온 A양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병원 원장이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게 9월23일. A양의 부모는 당일 경찰의 대질조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A양은 그로부터 20여일을 더 B씨와 함께 지냈다.

A양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있는 기관은 여럿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1차 조사 권한을 맡고 있다. 민간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는 있지만, 어쨌든 아동학대의 첫 고리는 여기에서 끊어야 한다. 동마다 있는 주민센터도 책임을 갖는다.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이 상주하며,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확인 방문을 할 수 있다.

결국 A양의 죽음은 경찰 하나만의 실패는 아니라는 얘기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주민센터도 모두 실패했기에 벌어졌다. 이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언론 역시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아동학대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학대신고가 2회 이상이고 상흔이 있으면 부모와의 무조건 분리 원칙이 골자다. 학대 사건에 있어서 분리는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다. 관련 신고나 의사 소견만으로도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인도할 것, 전수점검을 정례화할 것 등 경찰의 방안은 뒤늦게 극성 맞지만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진짜 해결책은 현장에 있다. 이토록 요란한 제도를 당사자들이 빈틈없이 실행해야 한다. 제도를 실행하는 이들 모두의 극성이 모여야 아이들의 생명이 지켜진다.  A양의 죽음 앞에 소홀했던 이들이 이제라도 해볼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은 안타깝게도, 이것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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