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전력산업 재구조화'…"발전사 5개→2개 통합해야"

기사등록 2020/10/18 06:00:00

최종수정 2020/10/18 11:06:39

김정호 의원 국정감사서 발전사 비효율 경영 지적

원료 구입비·체선료 증가 등 구조에 따른 부작용

발전 5사 중 4곳 최근 10년간 부채비율 꾸준히 증가

민영화·매각에 무게 둔 '발전사 나누기' 후폭풍

산업장관 "필요성은 이해…이해관계자 많아 조심"

[파이네(독일)=AP/뉴시스]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짜여진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 구조를 화력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진은 독일 파이네의 메흐룸 화력발전소 뒷편으로 해가 뜨고 있는 장면. 2020.1.16
[파이네(독일)=AP/뉴시스]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짜여진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 구조를 화력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진은 독일 파이네의 메흐룸 화력발전소 뒷편으로 해가 뜨고 있는 장면. 2020.1.16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짜인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 구조를 화력과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유연탄 구매단가의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는 톤(t)당 12.04달러로 집계됐다.

발전사별로는 동서발전이 가장 비싼 가격인 75.22달러에 유연탄을 사들였다. 이어 서부발전(74.24달러), 중부발전(74.24달러), 남부발전(68.95달러), 남동발전(63.18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수입국과 단가, 물량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같은 이유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비 단가도 제각각이었다.

남동발전은 t당 75만6946만원을 준 반면 중부발전은 63만5530원만 지불했다. 이외에 남부발전(72만2231원), 동서발전(72만2158원), 서부발전(71만3326원) 순으로 LNG 구입에 많은 돈을 썼다.

이에 김 의원은 원료 구입비는 발전원가를 높여 전기요금 상승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석탄과 LNG 등 연료는 공동 구매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 원료를 들여오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발전사 간 부두를 공유하지 못해 체선료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송선이 유연탄을 제때 하역하지 못해 대기하는 동안 발생하는 비용으로 발전사가 운송사에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5개 발전사의 체선료는 1054억원에 달했다. 발전사별로는 남동발전(295억7400만원), 중부발전(257억400만원), 서부발전(220억3800만원), 남부발전(143억1700만원), 동서발전(137억4900만원) 순으로 체선료가 많았다.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DB)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DB)


근본적인 문제는 1999년 개편된 전력 산업 구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력시장은 발전사와 민간 기업 등 다수 공급자가 전기를 생산하면 한전이 단일 구매자로서 입찰 된 전기를 모두 구입하는 형태다. 발전·송전·배전 가운데 발전을 제외한 송전·배전을 한전이 독점한다.

이런 체제로 운영된 전력 산업이 각종 경영 비효율, 가격 왜곡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력 가격이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불명확한 시장 신호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발전사들의 부채비율은 동서발전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세다.

올해 6월 말 기준 중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45.2%로 2011년 말과 비교해 158.9%포인트(p) 늘었다. 같은 기간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은 각각 101.3%p, 26.8%p 증가한 180.4%, 135.9%를 기록했다. 남동발전도 132.8%로 30.0%p 높아졌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 산업 구조 개편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민영화와 매각에 중점을 두고 발전량 규모만 비슷하게 발전사를 분할한 것"이라며 "민영화가 어려워지면서 실질적인 전력 산업 경쟁과 효율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을 갖추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전사별 국내 발전 설비 규모는 서부발전 1만1337㎽, 남부발전 1만1284㎽, 동서발전 1만1193㎽, 중부발전 1만691㎽, 남동발전 1만377㎽로 비슷한 수준이다. 사명과는 달리 모두 전국에 걸쳐 화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이 전국에 위치한 5개 화력발전사를 중부·남부 권역 2개사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여기에 한수원을 원전과 폐전 전문기업으로 재편하고 발전사별로 중복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한데 모아 끌어갈 수 있는 발전사를 만들자고 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국내 발전사는 크게 2개의 화력 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 원자력 발전사 등으로 나뉘게 된다.

찬성하는 쪽 입장에서는 발전원별로 전력 산업 구조를 바꾸면 해외 진출과 연구개발(R&D) 중복을 막아 역량 분산·낭비 등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기존 발전사들은 이런 계획을 반길 리 없다. 실제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필요성은 이해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라 화력과 원전 발전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담해야 하는 발전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산업 전반의 규모를 줄이자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상 뒤처지는 발전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얼마 전 국감에서 "지구적 차원의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환경 위기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향 속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소 감축 문제도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어 국회에서부터 공론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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