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1000만원?…디올 에어조던이 뭔데?

기사등록 2020/10/18 06:00:00

한정판 되파는 리셀 MZ세대 키워드

롯데백 영등포점 리셀 매장 들여놔

리셀가 1000만원 디올 조던 큰 화제

MZ세대 매장 끌어내는 마케팅 활용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곳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다. 영등포점은 롯데쇼핑의 MZ세대 공략 전진 기지다. 화장품 매장은 1층에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3층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1층과 2층엔 스트리트 브랜드 등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각종 제품을 총망라해 들여놨다. 이중 눈에 띄는 매장은 1층 '아웃 오브 스탁'이다. 이곳은 한정판 스니커즈 온라인 '리셀'(resell) 플랫폼이다. MZ세대 고객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영등포점이 아웃오브스탁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시켰다는 건 그만큼 리셀을 MZ세대를 관통하는 문화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게 현재 MZ세대"라고 했다.

리셀은 말 그대로 물건을 사서 되파는 걸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제품 등을 산 뒤 웃돈을 받고 파는 행위다. 이걸로 돈을 버는 사람을 리셀러라고 한다. 스니커즈 리셀 문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80년대 후반 나이키에서 내놓은 농구화 에어 조던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90년대 후반 국내로 넘어왔다.

10년 전만 해도 일부 스니커즈 마니아의 문화였던 게 MZ세대 키워드가 된 건 힙합 음악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 힙합 뮤지션의 플렉스(flex·구하기 어려운 신발이나 옷, 차 등을 자랑하는 것)에 MZ세대가 열광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신는 신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소량만 판매되는 한정판의 경우 적게는 10~20% 많게는 10~20배까지 웃돈을 받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스니커즈가 재테크 수단이 된 것도 영향을 줬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지난 7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서울옥션블루도 지난해 9월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 '엑스엑스블루'(XXBLUE)를 열었다. 한 달 만에 회원수가 1만명을 돌파했고 가입자 87%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얘기한다"며 "스니커즈 부문 뿐만 아니라 리셀 시장 자체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스니커즈 리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현재 무신사에서 진행 중인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래플 행사다. 당첨되면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해 만든 에어조던 운동화 265㎜ 제품 한 족을 10만원에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다. 이 제품은 정가가 300만원이고, 전 세계에 4700족만 유통되는 한정판이다. 지난 12일에 시작돼 18일에 마감되는 이 행사에 3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응모했다. 지난 3월에 같은 행사 '트래비스스콧X나이키 에어포스1 로우 캑터스잭' '오프화이트X나이키 에어 조던5'에는 각 14만명이 참여했는데, 이번에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응모했다. 그만큼 이 신발이 리셀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에어 조던 디올 에디션 리셀 가격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신발 리셀 가격이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유통·패션 업계는 한정판 스니커즈와 리셀 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다양한 한정판 스니커즈 행사를 기획해 MZ세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 선착순 한정 판매한 오프화이트·컨버스 합작 운동화 '척테일러70'은 세 시간 만에 완판됐고, 지난해 12월에 판매한 'JW앤더슨·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는 판매 시작 8시간만에 1000족이 팔렸다. 판매 당시 10만원대였던 이 제품들은 현재 3~4배 가격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매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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