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여성들의 연대 유쾌한 반란…'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기사등록 2020/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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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그녀들의 이유 있는 반란이 시작된다. 추억 속 1995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안기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 그리고 성장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고졸이라 늘 말단인 입사 동기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이들은 고졸이라는 이유로 승진 없는 말단 사원으로 일하면서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로 승진해 진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회사 토익반을 함께 듣는다. 하지만 심부름을 하러 간 회사 공장의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본 후 회사에 맞서 감춰진 진실을 찾아간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허구의 극적 요소를 더했다. 90년대 '국제화 시대'를 내세우며 대기업에 실제로 개설됐던 고졸 사원들을 위한 토익반과 폐수 유출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아침마다 나란히 커피를 타고, 재떨이를 비우며 각종 잡무를 도맡아 하는 여직원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고졸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내부 고발이라는 가볍지 않은 내용을 품고 있지만, 영화는 주제를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경쾌한 흐름으로 회사의 은폐된 의혹을 파헤치는 그녀들의 싸움과 연대를 통해 당당함과 통쾌함을 담아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6. photo@newsis.com
배우 고아성과 이솜, 박혜수의 조합은 빛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세 친구로 분한 이들은 진짜 친구와 같은 케미로 매력을 뽐내며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세 캐릭터가 서로 다른 성격과 스타일을 보여주며 영화 속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고아성은 우연히 폐수 유출을 목격한 후 결정적 증거를 찾고자 용기를 내는 생산관리3부 '이자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끌어간다. '오지랖'으로 표현되며 웃음을 주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을 주고 싶다"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용기로 평범한 직장인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이솜은 뼈 때리는 돌직구 멘트의 마케팅부 '정유나' 역으로 분해 90년대 화장과 헤어, 의상으로 스타일을 완벽 재현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박혜수는 버섯 머리에 어수룩하지만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의 수학 천재 회계부 '심보람' 역을 맡아 사건 해결을 돕는 동시에 상사와의 뭉클한 서사로 직장인들의 고민과 감정을 건드린다.

여기에 데이비드 맥기니스, 김원해, 조현철, 배해선, 김종수, 백현진, 박근형, 이성욱, 이봉련, 타일러 라쉬 등 조연들의 열연과 앙상블도 극의 재미를 돋우는데 한몫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10.15. photo@newsis.com
영화는 90년대로 타임머신을 돌려 추억을 소환한다. "썰렁 썰렁~", "잘났어 증말"과 같은 옛 유행어는 오래된 유물을 발견한 듯 그 시대를 경험한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어는 물론 길게 줄지어 선 공중전화와 386 컴퓨터, 그 시대의 패션과 스타일, 흘러나오는 옛 노래들은 추억을 곱씹게 하며 공감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옛날을 마냥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다. "옛날을 겪어보지 않고 좋았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즐거운 것을 하라"고 영화는 말한다.

오는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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